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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B.A.P→배우' 유영재 "슬럼프 이기고 편해져"..'10년차 신예'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1-02-25 09:57


그룹 B.A.P 출신 배우 유영재를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2.17/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데뷔 10년차에 다시 신인이다. 10년 전 B.A.P(비에이피)로 데뷔했던 유영재(28)가 가수가 아닌 배우로 돌아왔다. 지난해 KBS2 '99억의 여자'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는 곧이어 퓨전 사극인 tvN '철인왕후'(박계옥 최아일 극본, 윤성식 연출)에 합류해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김가(家)네' 막내 김환 역을 맡아 귀엽고도 코믹한 매력을 뽐내 '원래부터 배우인 줄 알았다'는 호평까지 받아냈다.

최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유영재는 '철인왕후'를 돌아보며 "선물처럼 다가온 작품이고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앞으로 연기를 해나갈 그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것. 무려 17.4%(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종영한 '철인왕후'는 실제로도 높은 화제성을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시청률까지 거머쥐며 최근 방송작 중 가장 사랑받았다.

유영재는 "17%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드라마가 잘 될 거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대본이 워낙 재미있었고, 리딩을 할 때 훌륭하신 선배분들이 많으셔서. 저는 한 8% 정도 생각했었는데, 첫 방송이 이미 그 시청률이 나와서 너무 놀랐다. 제가 작품 운을 잘 만난 거 같다"며 "너무 큰 복이고 큰 선물"이라고 재차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철인왕후'에 합류하게 된 것도 이례적이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서 드라마에 합류하기까지 쉬운 길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유영재는 한계단 한계단 자신의 힘으로 올라서며 배우로 우뚝섰다. 그는 "공개 오디션에 참여해 1차를 보며 대기하는데 '99억의 여자'에서 단역으로 나온 배우분도 만나고 그랬다. 그러다가 두 번째로 저를 한 번 더 불러주셔서 또 보게 됐고 너무 기쁜 마음으로 대본리딩에 가게 됐다. 환이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제가 운이 좋지 않았나 싶다"며 "감독님은 제가 처음 준비해온 것이 환이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신 거 같았다. 그리고 두 번째에는 리딩할 때 작가님과 얘기를 나누는데 저의 장난기와 유머, 센스가 보였다고 해주셨고 그게 마음에 들었다고 하시더라"며 합격 비결을 공개했다.


그룹 B.A.P 출신 배우 유영재를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2.17/
극중 장난기도 많고 귀여운 성격의 김환은 유영재와 딱 반반이 닮은 캐릭터. 유영재는 "저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는데, 제가 많은 사람들과 두루두루 함께 지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뭔가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과만 자주 보고 가깝게 지내는데 그 사람들에게는 저도 환이처럼 하는 것 같다. 환이는 많은 사람을 편견이 없이 만나고 순수하게 만나지 않나. 그런데 저는 많은 분들을 만나지는 못해서 그 점이 다르다"며 "환이처럼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환이는 상처도 잘 감싸주지 않나. 그런 모습에서 환이가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았다고 생각했고, 품 안에 큰 집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기에 악의가 없이 사람들을 만나 참견도 잘 하고, 그 순간이 즐거운 맑고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러브라인도 브로맨스도 모두 유영재를 돋보이게 해주는 장치들이었다. 홍연(채서은)과의 이뤄지지 않은 짝사랑도 귀여움을 더했고, 홍별감(이재원)과의 브로맨스는 그를 '막내'처럼 보이게 해줬다. 유영재는 "재원이 형이 사람이 너무 좋은데, 제가 형을 보면서 많이 배워서 너무 고맙다. 형이 현장에서도 준비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고 아이디어가 많다 보니, 현장에서 저와 할 때에도 조언을 구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아줬다"며 "감독님과 작가님이 저희 브로맨스를 좋아해주신 덕분에, 또 형이 워낙 잘 살려줬기 때문에 저와의 신이 살아난 게 아닌가 싶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홍연과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도 유영재는 "마지막에 이뤄지지 못했지만, 안 이뤄지는 것이 극에도 그렇고 저도 좋고 마음에 들었다. 환이는 홍연이에게 진심이었고, 홍연이 새악으로 가득 찼던 아이기 때문에 결국 환이는 할 거를 다 해본 거다. 홍연이를 위해 결심도 고백도, 마지막엔 고백도 하지 않았나. 거부를 당했지만 그 이유도 들었고, 홍연이를 이해하고 포기하게 되는 과정에서 환이가 남자답고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룹 B.A.P 출신 배우 유영재를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2.17/
여기에 극중 김소용(신혜선)과의 '형제 케미'도 웃음을 자아내는 포인트. 유영재는 "촬영 스케줄표를 보면 그냥 다 '소용'이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치고 밝은 신을 위해,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라는 것을느꼈다. 배려심도 깊었다. 가끔은 '나도 누나처럼 저렇게 찍고 있으면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사람 자체가 워낙에 밝고 에너지가 있고 리더십이 있는 거 같았다. 강단이 있다 보니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다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니겠나.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은 누나"라며 엄지를 들었다.

정신없이 데뷔해 비에이피로 살았던 과거가 지났고, 어느덧 팀 해체 후 홀로서기를 했다. 유영재는 이제 "신인배우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가장 기분 좋은 진짜 배우가 됐다. 비에이피의 해체 이후 심각한 슬럼프를 겪었다는 그는 약 2년간 '연예인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유영재는 "슬럼프였다. 비에이피가 끝났을 때 연예인을 안 할 생각을 깊게 갖고 있었다. 멘탈적으로도 안 좋았고, 다른 사람들과 저를 비교하고 있더라. 자존감이 낮아졌고, 여기서 벗어나 평범한 20대 중반의 남자로 살아가려고 생각했다가도 자연스럽게 지내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그때부터 '잘 되고 싶다'는 생각을 없애고 그냥 순간의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작년부터는 사소한 행복이라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 같다. 당연하다는 생각 없이, 그렇게 2년째 노력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들은 호평들은 연기자로서 유영재를 움직이게 했다. 그는 "기자분들도 비에이피 때와 너무 다르다고 해주시고 놀랐다고도 해주셔서 그게 고마웠다. 그리고 주변 분들이나 제가 아는 분들도 드라마 속에서 망가지는 부분이 많았는데 '확실하게 망가져서 멋있었다'고 하시더라. 그런데 사실 저는 연기를 하면서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잘생기게 멋있게 나와야지'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런 얘기를 해주시니 갑자기 그제야 '내가 너무 신경을 안 썼나'했다. 연기적인 부분만 고민했지 보이는 부분을 고민해본 적은 없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좋게 봐주시는 거니 감사했다. 그리고 감독님들도 연락을 많이 연락을 주시더라. '철인왕후'를 보고 미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몇 분 오셔서 정말 신기했다"며 웃었다.


그룹 B.A.P 출신 배우 유영재를 17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2.17/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합류했던 '철인왕후'지만, 그 속의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역시 급속도로 늘었다. 팔로워 수가 '철인왕후' 시작 전 30만명 정도였다면, 현재는 45만명을 넘어서는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유영재는 "좋아요 숫자가 비에이피 때에도 12만을 넘은 적이 없는데 이제는 20만을 찍는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28살, 데뷔 10년차의 유영재는 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요즘엔 연기를 하면서 신인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 가기때문에 제가 10년차가 됐는지 잘 안 느껴진다. 그래도 조금 느껴지는 부분은 현장이든 많은 사람들 앞에서든 그래도 내 것, 내가 준비한 것을 할 수 있는 담력이 쌓인다는 거다. 현장이 무섭거나 그러지 않으니. 그리고 인터뷰에서도 떨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정도가 달라졌다. 오디션에서도 되면 좋지만, 가기 전에 열심히 준비를 하고 가서는 준비한 것의 반만 하자는 마인드를 갖게 됐다. 어려운 세상이니 배우들도 많고, 제가 특출나게 잘하는 배우도 아니다 보니 내가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단단한 모습도 보여줬다.

배움에도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유영재는 앞날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깊은 감정의 연기도 해보고 싶고, 보면서' 와 진짜 어렵겠다'하는데도 나중에 내공이 쌓인다면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나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아이유). 내면이 깊지만, 덤덤하게 살아가는 그런 대본은 받으면 머리가 아프겠지만, 나중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다. 또 앞에선 착해 보이지만, 사이코패스인 연기 등을 해보고 싶다. 또 주인의식을 갖고, 작품에 잘 녹아들고, 작품을 잘 이끄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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