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실패의 소용돌이에 빠진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우려', 그 자체다.
홍명보 전 월드컵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과도한 비난에 외신이 더 놀랐다. 스페인 '코페'는 '한국 축구를 둘러싼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대회 직후 사임한 홍명보 감독은 가장 큰 비판을 받았다. 그는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자신의 신변을 우려해 미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르10스포르트'도 '홍 감독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국가대표 주장까지 지냈던 인물이다. 이러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장면'이라고 전했다.
광풍과도 같은 분위기에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월드컵대표팀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을 감쌌다. 그는 "홍 감독은 나라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노력했다. 이번 결과가 역대 최악이라고는 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을 결과론으로만 보고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나라를 위해 노력한 점도 생각해서, 칭찬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권의 개입을 두고는 '이웃나라' 일본이 더 걱정할 정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후 SNS에 '무능한 사람을 지휘관으로 선발하면 결과는 뻔하다'고 썼다. 곧바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대한축구협회(KFA)에 대한 특별감사 방침을 전했다. 국회에서는 청문회를 준비 중이다. '정치적 중립성 유지'라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핵심 원칙과는 어긋난 움직임이다.
일본 '도쿄스포츠웹'은 'FIFA는 2024년 10월 홍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체부의 감사가 이루어진 후, KFA에 경고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개입 수준이 그 범위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한국 축구가 부활하기는커녕,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KFA는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3일에서야 공식 입장문을 냈다. 지난달 30일 대표팀이 귀국한 후 사흘만이다. KFA는 공식 채널을 통해 '이번 북중미월드컵에서 기대와 다른 결과로 실망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대회의 실패를 교훈삼아 한국 축구의 미래를 다시 준비해 나가겠다. 여러분의 질타와 비난 모두 겸허히 듣고, 더 나은 한국 축구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패에 대한 분석이나 반성, 성찰은 없었다. 오히려 차기 감독 선임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3일 첫 회의를 열고, 감독 선임에 대한 여러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이 월드컵 전 일찌감치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회장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안도 나오지 않은 지금이다. 직선제 도입 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어차피 신임 감독 선임은 새 집행부의 몫이다. 빡빡한 타임테이블 속 자칫 졸속 선임으로 또 한번의 실패가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철학이나 비전 설립은 고사하고, 아직 월드컵에 대한 리뷰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문체부가 'K-축구 혁신위원회'를 출범한다. 한국 축구 혁신을 위해 출범한 혁신위에는 최휘영 장관과 함께 '해버지'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한다. 이영표 박주호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도 힘을 보탠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이번 혁신위원회를 통해 그간 현장에서 논의된 다양한 고민을 담아 대한민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설계하고, 대한민국 축구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혁신위를 바라보는 시각은 상반된다. 일단 그간 현장에서 동떨어져 있던, 선진 축구를 경험한 스타 출신 젊은 축구인들이 모처럼 선봉에 선 것에 대해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권한이 없는 혁신위가 탁상행정 혹은 보여주기식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칫 '옥상옥'이 될 경우, FIFA의 '제3자 간섭 배제'라는 또 다른 원칙에도 위반될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