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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이경애가 잘키운 딸과 확 바뀐 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박나래는 이경애의 집을 들어서자마자 "층고 진짜 넓다"며 감탄했다. 2층까지 뻥 뚫린 높은 층고와 0.5층 단차가 있는 특이한 구조의 집이었다.
'신박한 정리'를 반갑게 맞이한 이경애의 딸 희서양은 올해 17세로 고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희서 양은 "걸어서 20~30분 걸어가면 버스로 40~40분을 타고 학교를 간다. 씻고 하려면 6시 반에서 7시에 출발한다"라고 말했다. 채시라는 "너무 부지런하다"라고 놀라워했다.
오랜 투병 끝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외진 이곳에 이경애와 김희서 모녀만 둘만 남았고, 희서 양은 일찍부터 철이 들었다. 이경애의 꿈을 담았던 가게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폐업을 하게 되고 희서 양은 "엄마 마음이 힘들어 지는 것 같다. 활기를 다시 찾으셨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희서 양은 개인적인 요청 사항으로 "저는 조금 더 방이 깨끗해지고 여성스러운 방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투박한 방이다"라고 말했다. 이경애는 "폐업하면서 나온 가구들을 방 안에 채워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신애라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다. 섭섭하지 않냐"라고 물었고, 희서 양은 "처음엔 섭섭했다. 나 친구들처럼 예쁜 방 갖고 싶었는데 살다보니 익숙해졌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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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는 용도 불명의 공간도 있었다. 공통점 없이 늘어선 물건과 바닥에 튀어나온 물건에 이경애는 "제가 공사를 맡기면서 선불로 드렸다. 그런데 칸막이만 해놓고 도망갔다. 스위치를 눌러도 불이 안들어온다. 전기 연결도 안해놓은 거다"라고 털어놓았다. 폴딩도어도 거꾸로 달아놓아 문을 닫을 수 없었다. 박나래는 어이없다는 듯 허탈웃음을 지었다. 이경애는 "우리 둘이 사니까 이걸 어떻게 할 수가 없다"라고 속상해 했다. 하늘이 보이는 채광 좋은 방이었지만 이경애는 "공사가 잘못돼서 물이 새기도 한다. 전화번호가 없어져버렸다. 그때 '선불로 드리면 안되는 구나'를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희서 방은 문 윗부분이 이상했다. 폴딩도어 윗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은 날림공사의 흔적, 뚤려있던 부분은 이경애 모녀가 셀프로 어설프게 수선해놓은 상태였다.
그 다음 방은 희서의 운동방 겸 옷방, 본격적으로 장비를 갖추고 근력운동을 하는 곳이었다. 희서는 "운동 엄청 싫어한다. 근데 살이 찐 모습 보는 게 더 싫어서 운동을 참고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체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더 희서는 "제가 16kg를 뺐다. 운동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했다. 하나둘 운동기구를 사다보니까 이렇게 됐다. 규모가 점점 커졌다. 지금은 많이 없앤 거다"라고 말했다.
희서의 옷이 걸린 행거도 위태로워 보였다. 붙박이장 안에는 이경애가 가게에서 쓰던 물건들로 가득했다. 업소용 선풍기부터 냄비들까지 폐업 후 잔해들이었다. 신애라는 "앞으로 다시 가게를 하실 거냐"라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이경애는 "이제 안할 거다. 이제는 끝났다"라며 기부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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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는 "엄마는 아이가 58세가 돼도 지켜주고 싶은게 엄마 마음 아니냐. 그때 당시 해결되지 않고 한 번에 확 사업이 접어지니까 삶의 끈이 놓아지면서 불안한 마음이 너무 심하게 왔다. 우리 딸을 살리는 거라 생각했다"며 마흔 넘어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얻은 귀한 딸을 걱정했다.
희서는 "저는 몰랐다. 그냥 엄마가 '전쟁나면 쌀이 있어야 한다'면서 쌀만 사셔서 이걸 다 담고 계신 거다. 이상해 보였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희서는 "엄마가 사실은 되게 힘들었다고 말씀 하셨는데 전 엄마가 많이 극복하시고 알았다. 왜냐하면 엄마가 어린 애는 부모님의 힘든 상황을 보면 어린애도 같이 우울해진다고 본인이 힘든걸 티 안내신다. 엄마 이야기를 듣고 미안했다. 왜 쓰레기를 모으냐고 엄청 뭐라고 했다. 저 때문에 모으시는 줄 몰랐다.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반성했다.
신애라는 "그 불안감 두려움이 너무나 이해가 간다. 이제 사업이 풀리려고 했더니 폐업하고 주변에서는 불안한 뉴스가 들려오니 스스로 살기 위해 해소할 방법을 찾으신 거다"라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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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서는 스트레스 검사에서 99.9%를 받았다고. 희서는 "99.9% 행복한 거라고 하더라"라며 '걱정거리'를 묻자 "없다"며 해맑게 웃었다. 이경애는 "사춘기 때도 스트레스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인테리어 사기 탓에 뽁뽁이로 어설프게 막아놓았던 방은 유리로 바뀌었고 화사한 운동방으로 탈바꿈했다. 희서는 "저희 집인데 남의 집 놀러온 것 같다. 너무 마음에 든다"라고 끄덕였다.
액자 안에는 이경애 김희서 모녀의 몇 없는 사진이 있었다. 이경애는 "아빠가 없으니 제가 희서를 찍어줘야 해서 둘이 찍은 게 없다"고 말했다. 희서는 "저는 아빠가 섭섭한 건 없었다. 엄마가 없어서 섭섭?다. 엄마가 아빠 역할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경애는 "내가 세상이 무서워서 강한 남자처럼 살아왔는데 '이제 그게 바뀌나?' 이런 기분이 들었다. 제가 부족해서 할 수 없었던 걸 대신해주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이렇게 살았냐'고 흉을 볼까봐. 볼 수록 나쁜 것들만 보였는데 너무 감사하다"라고 눈물을 닦아냈다. 윤균상은 두 사람을 위한 폴라로이드 사진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경애의 취미를 위한 그림방도 따로 준비 됐다. 이경애는 "이젤도 더 좋은 걸 선물해주셨네"라고 했지만 사실 알고 보니 희서가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희서는 엄마를 위해 또 하나의 선물인 편지를 직접 읽었다. 희서는 "곧 내 열일곱 번째 생일인데 17년째 예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도 취미 생활을 하면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말 잘 듣는 딸이 되지 못해서 죄송해요. 앞으로는 조금 더 의지할 수 있는 예쁜 딸이 될게요. 앞으로도 우리 잘 살아봐요. 사랑해요 엄마"라며 효심을 드러냈다. 이경애는 "우리 딸은 밝게 자라줘서 고맙다. 100점짜리다. 태어나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라고 말했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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