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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가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극 영화 '자산어보'(이준익 감독, 씨네월드 제작)가 느리지만 의미 있는 행보로 아트버스터의 품격과 가치를 입증했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와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가 만나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여유당전서' 등을 저술한 실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실제로 유배 생활 중이었던 1814년 흑산도 연해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양 생물을 기록해 만든 어보(魚譜)의 서문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덧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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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이후 '자산어보'는 이틀간 1위를 지키다가 개봉 첫 주말 '고질라 vs. 콩'(애덤 윈가드 감독)에 밀려 2위에 머물렀고 2주 차 다시 1위를 역주행에 성공했지만 7일 등판한 '노바디'(일리야 나이슐러 감독)에 밀려 다시 2위에 머물렀다.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인 '자산어보'는 8일 다시 1위에 등극, 동시에 20만 돌파 기록을 거머쥐며 한국 영화의 힘을 입증했다.
색채보다 찬란한 흑백으로 나이, 신분, 시대를 초월한 뜨거운 울림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자산어보'의 의미 있는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가 주는 뜨거운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에 대한 관객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 '자산어보'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영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영문 자막본 상영을 확정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준익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성리학적 내용을 맥락에 맞게 설명하지 못하면 의미 전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동서양 철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번역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며 번역에 있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 내에서 김치,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국 문화로 주장하는 문화 동북공정이 극에 달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역사를 다룬 드라마가 왜곡된 고증을 다뤄 논란을 사면서 폐지 수순을 밟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지금 '자산어보'의 영문 자막 상영은 여러모로 많은 의미와 귀감을 안긴다. 우리 역사를 철저히 고증하고 또 해외에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것. 더불어 영화가 가진 감동을 온전히 전달하며 한국 문화와 한국 영화의 자부심을 다시 한번 안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 느리지만 의미 있는, 명품 '자산어보'의 가치가 다시 한번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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