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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살인의추억'은 대걸작"…봉준호X하마구치 류스케, 韓거장과 日신성의 특별한 만남(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10-06 22:09 | 최종수정 2021-10-07 18:03



[부산=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한국영화 최고의 필름메이커 봉준호 감독, 일본 감독의 미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만났다.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에서 준비한 봉준호 감독과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스페셜 토크가 진행됐다. 이번 스페셜 토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영화 '드라이브 마이카'와 '우연과 상상' 상영 이후 진행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잇는 차세대 일본 감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평소 봉준호 감독의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에서 상영된 봉준호 감독의 대표작 '살인의 추억'(2003) GV에 특별 게스트로 참여했고, 일본에서 '기생충'(2019)와 관한 대담도 진행한 바 있다.

그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위해 이번에는 봉준호 감독이 나섰다. 특히 이번 스페셜 토크는 전 세계에 '기생충' 열풍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국내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첫번째 행사이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기도 했다. 봉 감독의 참석 소식에 해당 스페셜 토크는 티켓 오픈과 동시게 곧바로 매진을 기록해 그를 향한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입증케 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7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렸다. 봉준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0.07/
이날 봉준호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수차례 등장하는 차량 주행 장면에 대해 가장 먼저 궁금해 했다. 봉 감독은 "체구가 작은 감독들은 뒷자리에 몸을 움추리고 있기도 하는데 저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생충' 같은 경우는 차량이 멈춰 있는 상태에서 주행 장면을 촬영했다. (달리는 모습은)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한 것이다. 송강호와 이선균의 대화 신이 그렇다. 감독님은 어떻게 촬영하셨냐"고 물었다.

이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저는 실제 차를 주행하는 상태에서 찍었다. 주행하는 상태가 아니면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저는 자동차 트렁크 공간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봉 감독은 '드라이브 마이 카' 뿐만 아니라 '우연과 상상'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차량 대화신에 대해서 언급하며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을 언급하기도 했다. "저의 돌아가신 아버지는 저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대화를 참 하지 않으셨다. 상대의 눈을 보면 대화를 잘 못하셨다. 그런데 차를 타서 서로 마주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말을 참 잘하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7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렸다. 봉준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0.07/
이날 봉준호 감독은 일본의 거장 감독 중 하나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대한 남다른 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역시 최근 기요시 감독의 신작 '스파이의 아내'의 각본에 참여한 바 있다.

봉 감독은 "전 그분(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 세계 자체가 좋다. 아시아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팬클럽을 만들다면 하마구치 감독님과 제가 회장 자리를 두고 사투를 벌여야 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기요시 감독님의 '큐어'라는 작품을 처음 보고 충격을 받았다. '살인의 추억'을 만들 때, 저는 그 범인을 몰랐기 때문에 형사나 피해자의 가족분들 등 리서치를 위해 관련된 분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범인을 만날 수 없어 그 인물에 대한 상상을 정말 많이 했다"라며 "그때 '큐어'라는 영화에 나온 연쇄살인마 마미야라는 인물을 보면서, 제가 한번도 만나보지 않은 연쇄살인범을 그려봤던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봉 감독의 말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크게 흥분하며 "전 '살인의 추억'이 대걸작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는 20세기 일본 영화 중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작품의 접점에 대해 얘기해주셔서 흥분이 될 정도로 기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하마구치 류스케X봉준호 감독의 스페셜 대담이 7일 오후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렸다. 봉준호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0.07/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봉준호 감독에게 배우들의 캐스팅 기준에 대해서 묻기도 했다. 이에 봉 감독은 "최대한 연기를 잘하는 분들을 모셔오려고 애쓴다"며 웃었다. 이어 "연기를 잘한다는 데에는 수십 수백가지의 정의가 있을 것 같다. 저 자신이 모순된 모습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배우가 내가 상상한 뉘앙스를 정확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동시에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을 보여줘서 나를 놀라게 해줬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라며 "총체적으로 돌이켜보면 배우분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배우를 최대한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싶다. 감독들은 디렉팅이라는 명분으로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것들을 줄이고 어떻게 하면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이 있으니까 내가 원하는 울타리를 쳐놓고 그 울타리가 잘 보이지 않게 하려고 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님 같은 경우, 대배우가 감독님이 감독을 하실 경우는 말 그대로 연기를 지도하는데, 저의 경우는 연기 해달라고 읍소, 부탁, 징징대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열흘간의 축제를 마친 후 15일 폐막한다. 70개국에서 출품한 223편의 작품(장편·단편)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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