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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정빛 기자]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루키 배우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면,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는 '이렇게 된 이상 대세 배우가 됐다'로 만들었다. '부부의 세계'로 이름과 얼굴을 알린 지 2년만, 배우 이학주(33)가 '이상청'으로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는 이학주의 빠른 성장세는 물론, 선과 악을 넘나드는 장르 불문한 연기자라는 것을 방증한다. 2년 전 데이트 폭력남이 진중하면서도 코믹한 장관 수행원이 될 줄이야. 여기에 대선배 김희애에 이어 김성령과도 쫀쫀한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이것이 이학주가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통하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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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예 (수상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된 이상' 하는 순간, 그건 저 아니냐. 짜릿하더라. 그런데 이거 어떻게 해야 되냐라는 듯한 표정이 나오더라. 정신을 가다듬고 김성령 선배님과 포옹했다. 그 뒤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생각만 했다. 뭐라도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정신을 차려야 하니까, 절실하게 말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에 뒤통수를 때린 것 같다."
그때의 떨림이 여전하다는 이학주다. 당시 다른 후보들이 쟁쟁해서였을까. 특히 '마이네임'에 함께 출연한 친구 안보현과 같은 부문에서 경쟁했다. 그러나 이학주는 안보현과 그 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더 든든했다고 떠올렸다.
"예전에 청룡영화상에 신인상 후보로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아는 분들도 많이 없어서 떨렸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좌 '마이네임', 우 '이상청'이 있으니 편했다. 안보현과는 경쟁이라기보다는 '오 우리 둘다 올랐다'하면서 너무 좋아했다. 그런데 수상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 했고, 여기 와본 게 어디냐고 우리가 언제 이렇게 이 자리에 안자보겠냐는 생각에 감사하다는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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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친구들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머니, 아버지가 연락이 안 오셔서 전화를 먼저 드렸는데, 일부러 안 보고 계셨더라. 예전에 기대하고 보셨다가 상을 못 받은 적이 있어 그냥 기대를 안 하시고 아예 보지도 않으셨더라. 별일이 다 있다며 칭찬해주셨다. 친구들은 시상식 날 밤에 저희 집에 오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제가 다음 날 아침에 일정이 있어서 오지마라고 했다. 대신 영상통화로 맥주 한 캔 하자고 했는데, 새벽 네 시까지 마셨다. 차라리 집에 오라고 할 걸 그랬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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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스타일링 얘기도 나왔다. 블랙 셔츠에 단추를 몇 개를 풀어 '섹시미'가 강조된 블랙 수트 차림이었다. 특히 '마이네임'과 '이상청'에서 쓰리피스 수트를 완벽하게 소화, '정장이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호평을 들은 바다.
그날 역시 수트 차림이 섹시했다는 이야기에 쑥스러운듯 "시상식날 의상이라도 좀 멋있게 입고 가는 것"이라는 이학주는 "수상은 못하더라도 번쩍번쩍 예쁜 옷을 입고 가야지라는 생각이었다. 의도치 않게 두 작품에서 연달아 그렇게 입게 됐는데, 사실 또 한 번 입고 싶다. 또 좋은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땐 더 좋은 핏으로 입겠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 청룡시리즈어워즈 남우조연상 트로피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돌이켰다. "신기함의 연속이다. 연기를 하기 잘했다고 느낄 때가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할 때인데, 부모님도 원하시던 거지만 정말로 그 사랑을 받으니까 놀라게 되더라. 그냥 아직은 놀라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수상 소감 때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상을 받으니) 빨리 내려오고 싶더라. 트로피 의미는 이제 찾아 나서야 할 것 같다. 아직 너무 낯설다. 그래도 이제 이 트로피를 집에 놓기 위해선 TV도 치울 수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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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D.P.', '유미의 세포들' 다 재밌게 봤다. 요즘에는 '환승연애' 재밌게 본다. 그분들이 꾸민 모습이 아니라서 좀 재밌는 것 같다(웃음).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들도 모두 '인생 작품'이다. 소중하고 다 감사하다. 그래도 고르라면 상을 받은 '이상청'이다. 이제 막 불붙은 것 같다. 사실 불붙는 데 10년이나 걸렸다. 이제 망설이지 않고 헷갈리지 않고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 수식어는 아니지만 '이학주가 나왔네? 보러 가자'라는 말을 듣고 싶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