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관 안에서 노랫말이 울려 퍼지자, 객석은 뜨거운 눈물바다를 이뤘다. 독립운동의 길에 나선 아들 안중근의 신념을 묵묵히 지지하는 조마리아의 애틋한 마음이 스크린을 통해 전달됐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에서 아들을 향한 모정을 그려낸 나문희는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오랜 시간 동안 작품을 위해 쏟아냈던 열정을 고백했다.
|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상태였다는 그는 "아직도 조마리아 여사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울먹울먹 하다. 사실 저와 조마리아 여사님하고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서 캐릭터가 가진 힘을 잘 전달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들기도 했다"며 "사랑하는 아들을 희생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하겠나. 처음 작품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많이 망설여졌다. 자녀가 10살, 30살, 50살이 되고 시간이 지난다고 하더라도 부모 눈엔 여전히 아이처럼 보여지지 않나. 아무리 제가 최선을 다해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조마리아 여사님의 모습을 절대 쫓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았던 배우 정성화를 향한 애정 어린 마음도 드러냈다. 나문희는 "(정성화가) 우리 큰 딸보다는 어리지만, 처음 봤을 때부터 아들처럼 잘해줬다. 극 중에서 정성화를 보낼 때도 실제 아들을 보낸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
나문희는 "연기자들은 자기 고생한 거 잘 모른다. 특히 저처럼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심해져서 힘든 건 금방 까먹기도 한다. 현장에서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를 불렀을 때 저는 참 마음에 들었는데, 윤 감독은 계속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결국엔 맨 처음에 촬영했던 장면을 쓰셨다. 그 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원하는 장면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첫 테이크보다 더 좋은 장면은 탄생하긴 어려운 것 같다. 아마 연기자들은 다 제가 하는 이야기에 다 공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재윤이 말해줬는데, 윤 감독이 현장에서 배우들 몰입에 도움 되라고 제가 부른 노래를 틀어줬다고 하더라. 이번 시사회 때 처음 알게 됐다. 이 이야기를 듣고 '뭔가 해내긴 해냈구나, 내가 아직 배우로서 힘이 있구나' 싶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노래 연습 과정도 떠올렸다. 나문희는 "우리 큰 딸이 피아노를 전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자기가 편할 때만 받아주더라(웃음). JTBC '뜨거운 싱어즈', '영웅'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호흡이 중요해서 부지런히 레슨을 받았다"고 전했다.
|
본인만의 체력 유지 비법도 공개했다. 나문희는 "평상시 집에서 실내 사이클을 20분 정도 탄다. 하체 건강이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더라. 스트레칭을 하면서 불경을 외우기도 하는 데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까 요가가 건강에 좋다고 하더라. 스트레칭을 하면서 불경을 외우는 게 저에게는 '요가'와 비슷한 것 같다. 지금처럼 꾸준히 잘하고 싶다"고 바랐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후배 배우들을 향한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 "김혜수, 김희애, 예수정이 나오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들 어디서 그렇게 훈련이 됐는지 잘하는 연기자 후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저도 오랫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여전히 잘하고 싶은 마음에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보기도 한다. 앞으로도 욕심내지 말고 저만의 것을 찾아서 잘 해내고 싶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