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게임사가 공개하도록 의무화 하는 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주홍글씨'는 안된다
법안의 핵심은 확률형 아이템을 법적으로 정의해 표시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확률 정보 미공개시 처벌 조항이 담겨 있다.
현재 업계에선 한국게임산업협회 산하의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통해 매월 자율 규제 미준수 게임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중인 모든 게임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아니고, 게임사가 공개하는 정보를 재검증할 수 있는 인력이나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이를 제대로 공표하지 않는 외국계 게임사에 대한 강제적 규제를 할 방법이 없는 등 게임사의 '양심'을 믿어야 하는 말 그대로 자율 규제이다.
따라서 많은 유저들이 포진해 있는 게임의 경우 이를 자체적으로 검증해보고, 게임사의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해 이용자들의 힘으로 시정이 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결국 자율적으로 공개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이를 유지할 핵심 동력인 셈이다.
자율 규제를 이미 잘 준수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사들로선 분명 억울한 측면도 있을 수 있다. 또 게임 내뿐만 아니라 광고 선전물 등에 일일이 표기하기 힘든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의도치 않게 잘못 기재하거나 누락했을 경우에도 책임을 뛰어넘는 형벌 규정이 과도할 수 있다는 점도 당연한 문제 제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우려는 역시 강제적 셧다운제처럼 법안 자체의 효용성은 거의 없으면서도 업계 전반에 드리워질 수 있는 '주홍글씨', 그리고 '법 만능주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수면권이나 학습권 등을 얼만큼 보장했는지에 대한 검증된 연구 결과도 없었고, 업계의 매출 타격도 미미했던 반면 청소년들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으며 상당 기간동안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청소년용 게임 개발이나 수익 모델 창출을 아예 외면하는 등 장르의 다양화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기류에 편승, 게임을 '4대 중독물' 중 하나로 규정하는 법안이 상정되고 논란이 되면서 게임업계가 술이나 마약과 같은 기피 산업으로 한동안 치부되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받기도 했고 이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생존을 위한 '변화'는 필수적
하지만 정보 공개가 법제화까지 이르게 된 것은 앞서 언급했듯 신뢰가 깨진 측면이 있다.
차라리 이를 통해 유저와 시장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는 것을 악용한 게임이나 게임사들을 법적으로 퇴출시키고 시장을 정화한다면, 강제적 셧다운제가 선택적 셧다운제로 바뀐 것처럼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선용의 기회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해외 게임사에 대한 법 집행을 할 때 국내 업체들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실행도 선행돼야 한다. 또 이를 모니터링할 주체인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개발사 및 퍼블리셔, 오픈 마켓 등의 긴밀한 협력과 전문성 확보도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법안 발의를 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업계나 유저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며 과도한 규제가 되지 않도록 시행령 등을 통해 법이 현장에서 명확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계속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수익 모델의 다양화도 필수적인 변화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온라인 MMORPG에서 유행이었던 정액형과 유사한 '시즌제 패스'와 같은 구독형 모델, 콘솔 게임처럼 다운로드 과금형과 확정형 아이템 등과 더불어 국내에선 여전히 막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수익 모델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P2E(게임을 즐기며 돈을 버는) 게임 서비스를 개방하고 사행성이 있는 요소를 최소화 시키는 등 과감한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공지능인 챗GPT로 게임 기획이나 사운드 제작 등에 활용할 단계까지 이르는 등 글로벌 단위의 기술 트렌드 변화는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수익 모델 역시 엄청나게 다양화할 것은 분명하다. 정보 공개 법제화는 이를 더욱 가속화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