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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적어도 먹고 살게 해달라"…윤제균→황동혁 감독, 'K-콘텐츠' 창작자들 위한 성토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3-02-09 15:44 | 최종수정 2023-02-09 15:45


[종합] "적어도 먹고 살게 해달라"…윤제균→황동혁 감독,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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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K-콘텐츠'의 대표 감독들이 창작자들의 저작권 권리 보호를 위해 성토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영상저작자의 정당한 보상!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를 가졌다. 이날 지지 선언회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을 중심으로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한국영화배우협회 등 26개 단체가 연대해 관심을 끌었다.

앞서 지난해 성일종, 유정주 의원은 영상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했다 하더라도 영상물 최종공급자로부터 이용 수익에 따른 보상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가 세계적 성과를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작가, 감독들은 저작자로서 작품 이용에 따른 수익을 분배 받을 권리가 없어 해외에 쌓여가는 한국 창작자들의 저작권료를 국내로 들여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저작권법 개정의 필요성이 드러난 것.

이후 그해 8월 법안 발의와 함께 개최된 '천만영화 감독들 마침내 국회로: 정당한 보상을 논하다' 토론회에 이어 지난 12월에는 황보승희 의원실 주최로 'K컨텐츠시대 저작권법상 감독 등 보상권 관련 토론회'가 열리는 등 공론화 및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나, 정작 상임위에서는 법안 심사조차 시작되지 않자 영화·영상업계 내 창작자 단체는 물론 인접 분야 창작자 단체들까지 합심하여 저작권법 개정안의 조속 통과를 촉구하게 된 것이다.


[종합] "적어도 먹고 살게 해달라"…윤제균→황동혁 감독, 'K-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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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인 윤제균 감독은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앞서가는 문화 강국이 됐다는 사실에 감독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500명이 넘는 감독조합원들의 평균 연봉을 따졌을 때 1800만원에 그친다. 이른바 대박 흥행을 터트린 감독들은 조합원 500명 중 몇 명 되지 않는다"며 "작가들도 김은희 작가와 같은 소수의 스타 작가들을 제외하고 평균 연봉이 1000만원에 못 미친다. 한 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을 받으며 'K-콘텐츠' 강국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고 성토했다.

특히 윤제균 감독은 저작권의 정당한 배분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단순히 많은 돈을 달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다. 흥행 수익을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열심히 일한만큼 먹고 살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유럽이나 남미 등의 국가는 작가와 감독들에게 저작권의 수익 분배를 조금이라도 나눠주는데 우리도 다른 나라에서 받는 만큼 최소한의 분배를 해달라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창작자 단체들의 개정안 지지 선언 발표 외에도 스페인, 아르헨티나로부터 송금된 한국 영화, 드라마 감독들의 저작권료 수여식 역시 함께 개최됐다. 이번 송금을 통해 저작권료를 수령하게 된 대상자는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을 포함한 영화·드라마 감독 500여명이다.

해외 일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황동혁 감독은 "계약서를 쓸 때 모든 권리를 넘긴다는 업계의 불문율 계약이 있다. 그걸 깰 수 없고 모두가 그래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비단 제작사와 계약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스타 감독이라고 해도 해결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계약을 맺는 것보다 국가 차원에서 투명하게 창작자들을 보호해줘야 한다. 좋은 창작자가 많이 나오려면 결국은 먹고 살 만하다는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제2의 '기생충' '오징어 게임'은 입만 벌리고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이번 법 개정안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 산업 전체 선순환을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행사에 참석한 장항준 감독 또한 "지금은 세계적인 작가가 된 김은희 작가도 한때 어려웠다. 쌀이 떨어질 정도로 어렵게 창작 활동을 했고 그 시간을 버텨왔다. 나 역시 감독이 되면 어려운 생활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다. 그 때부터 시작인 것 같다.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떠난 동료들이 생긴다. 비참한 창작자들에게 줄 돈을 쌓아놓고 있는데 법 때문에 받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돈이 있으면 수많은 창작자들이 가난과 궁핍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저작권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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