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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캐릭터의 이름이 곧 작품의 이름이 된다. 영화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만큼, 연출자 역시 관객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선정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극 중 전도연은 MK.ENT 소속 최고의 킬러이자 싱글맘 길복순을 연기했다. 변성현 감독은 지난달 21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전도연의 배역을 '길복순'으로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쓸 때 옆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사용하는 편"이라며 "'복순'이라는 이름은 전도연의 이모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도연의 휴대전화에 '복순이모'라는 이름이 뜬 걸 우연히 보게 됐다. 이 이름으로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전도연이) 그런 이름으로 절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오히려 반항심이 들어 '꼭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전도연은 "길복순은 세련된 인물인데 킬러라는 직업을 고려했을 때 이 역할과 이름이 잘 맞는 건가 싶었다"며 "이미지가 맞는지 한참 고민했던 거지 절대 안 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이름으로 안 했으면 어쩔뻔했나 싶다"고 만족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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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민이란 이름은 '스물', '멜로가 체질'에서, 범수는 '스물', '힘내세요, 병헌씨', '멜로가 체질', '바람 바람 바람' 등에서도 꾸준히 사용되어 왔다. '드림'에서 김종수가 분한 환동은 '긍정이 체질'에서 나온 김환동(도경수)과 '멜로가 체질'에서 나온 김환동(이유진)이 있다. 또 배우 이중옥이 '극한직업'에서 연기한 캐릭터 역시 환동이었다. 배우 안재홍이 '스물'에서 연기한 인국은 '긍정이 체질'에선 배우 이다윗이, '멜로가 체질'에서는 아역 배우 설우형이 쓴 이름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지난달 30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제 친구들의 이름을 영화에 썼는데, 작품이 점점 쌓이다 보니 관객들도 같은 이름인걸 알게 됐다. 이병헌의 세계관은 따로 없다. 다음 작품부터는 이름을 꼭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설명을 들은 예비 관객들은 "신작임에도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한 번 들었을 때 잊히지 않게끔 캐릭터의 이름을 짓는 것이 많은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한 극장 관계자는 "작품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이름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지어야 한다. 관객들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의 이름이 작품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이름이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