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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은 언제나 옳다(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3-07-26 09:23 | 최종수정 2023-07-31 07:20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여름 류승완(50)은 언제나 옳다.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영화 '밀수'(외유내강 제작)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그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밀수'의 연출 과정부터 최고의 앙상블을 자랑한 멀티캐스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밀수'는 70년대 성행한 해양 밀수에 관한 자료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정점이었던 2021년 7월 '모가디슈'로 무려 36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 심폐소생에 성공한 류승완 감독이 '밀수'로 2년 만에 다시 한번 여름 구원투수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밀수'는 바다와 육지를 넘나드는 여름 영화 특유의 시원한 감성과 밀수판에 대한 신선한 스토리, 그리고 김혜수·염정아를 주축으로 한 화려한 멀티캐스팅과 전매특허 류승완 표 활극 액션이 가미된 여름 블록버스터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이날 류승완 감독은 '밀수'를 선택한 이유로 신선함과 익숙함의 공존을 꼽았다. 류 감독은 "항상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이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의도하든 안 하든 내 필모그래피에 의해서 관객이 가지는 기대치, 혹은 선입견이 생기기 마련 아닌가? 관객이 기대하는 것을 얼마나 충족하느냐가 관건이다. 장르 영화 감독의 숙명인 것 같기도 하다. 익숙함을 얼마나 잘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얼마나 많이 나아갈 수 있을지 늘 고민이다. 어떤 감독은 너무 낯설어서 외면당하기도 하고 또 어떤 영화는 너무 뻔해서 재탕 이야기가 나온다. 언제나 살얼음판이다. 이번 '밀수'는 물속에서 펼쳐지는 본격적인 액션인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측면에서 스스로 충분히 새로웠다. 물론 '밀수'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장르적 특성은 있지 않나. 익숙함과 새로움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연출할 생각도 아니었다. 각본이 나온 뒤 못 봤던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 내가 연출하겠다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액션 대가' 류승완 감독이 '밀수'에 매료된 주요 포인트는 바로 수중 액션다. 류 감독은 "아마도 이 영화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주로 액션 영화를 만들었는데 시대를 바꿔보기도 하고 공간을 바꾸기도 하고 인물의 직업을 바꾸기도 한다. 총도 쏘고 칼도 써보고 와이어도 타봤다. 그런 와중에 물속에서 액션을 펼친다는 것은 스스로 굉장히 새로웠다. 가늠이 안 됐다. 이를테면 SF처럼 펼쳐질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현실적인 인물이 물속에서 액션을 펼친다. 게다가 액션을 펼치는 대상이 특수 훈련을 받은 존재도 아니다. 내 입장에서 해녀들은 초능력자와 가깝다. 실제 해녀들의 잠수 기록을 보면 놀랍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임계점을 벗어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과 액션을 펼친다면 새로운 어떤 것이 펼쳐질 것 같았다. 어떤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액션을 펼쳤을 때 서스펜스가 더 클 것 같았다. 액션을 하다 보면 중력을 받지 않나? 중력의 저항을 안 받으니까 수직의 움직임이 훨씬 더 커졌다. 이전에 한 번도 못 해본 액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액션 장면을 일부러 멋있게 보이려고 고속 촬영까지 하는데 물속에서는 자연스레 고속 촬영처럼 된다. 그런 부분이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위기의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국 영화계 숨통을 트이게 한 류승완 감독은 2년 만에 다시 여름 극장을 도전한 이유도 밝혔다. 류 감독은 "2년 만에 여름 극장 개봉을 하게 됐는데 사실 총대를 메려고 의도한 것은 아니다. '모가디슈'가 개봉했던 2년 전 시장은 밤 7시 이후 티켓 판매가 안 됐고 좌석 간 띄어 앉기도 했다. 극장 관객이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때는 모든 게 무리였다. 뭘 해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마치 사람과 사람의 대면 자체가 금기시되었던 시기였고 그때 극장 영화를 개봉하는 게 너무 우울했다. 그래도 다행히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호응을 해줬다. 만약 '모가디슈'가 유머가 풍부하고 객석의 반응이 중요한 영화였다면 그 시기에 개봉을 못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는 지금까지 나름 영화를 꽤 적지 않게 만든 사람으로서 '우리라도 개봉을 안 하면 정말 큰일 난다'라는 생각은 있었다"고 곱씹었다.

이어 "영화 개봉이라는 것은 감독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나를 비롯해 제작진 모두가 적절한 시기를 찾아 결정한다. '밀수'를 통해 여름 시장 총대를 멘다는 것은 우리를 너무 좋게 보는 것 같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2년이 흐른 지금 다시 도전하는 이유는 '밀수'가 바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이유 때문이다. '밀수'는 여름에 봐야 할 영화라 여름에 개봉한 것이다. 영화마다 그 계절에 맞는 영화가 있지 않나? 나는 어린 시절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을 한여름, 굉장히 더웠을 때 봤다. 그 더위 속 열기가 스크린에 고스란히 영향을 줬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여름 영화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이번에는 총대를 멘다는 생각은 없다. 이미 좋은 외화와 '범죄도시3'(이상용 감독)도 있었지 않았나? 2년 전 너무 혹독한 시기에 개봉 한 번 하다 보니 '이거보다 더 최악이겠나'라는 생각은 있다"고 밝혔다.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우여곡절 많았던 '모가디슈'를 함께한 조인성을 향한 애정도 남달랐다. 류 감독은 "잘생긴 사람인데, '모가디슈' 할 때 너무 망가뜨려 미안했다. 내가 조인성 배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모가디슈' 하면서 조인성에게 흠뻑 빠졌다. 사실 롤이 크지 않음에도 기꺼이 '밀수'에 함께해서 고마웠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 아까워서 밀도를 높여 빼먹고 싶었다. 게다가 스태프들도 '모가디슈'를 했던 팀이라 조인성을 너무 좋아한다. 스태프들은 어느 각으로 찍어도 잘 나온다며 조인성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조인성은 나이 들면서 더 멋있어지는 것 같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 중 권 상사 역의 조인성과 장도리 역의 박정민이 펼치는 액션에 대해 "중반부 이후 2개의 액션 장면이 나온다. 인물들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게 목표였다. 조인성이 호텔 방 안에서 펼치는 액션과 박정민이 해운 사무실에서 펼치는 액션이 완전 다른 스타일이다. 액션을 통해 그 인물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게 고민했고 거기에서부터 액션 디자인을 시작했다"며 "권 상사의 액션은 현실적이고 폭력적인 콘셉트가 아니다. 장르 세계가 굉장히 멋있고 폼나면서 품위 있는 액션이다. 액션 영화를 볼 때 기대하고 원하는 것에 최대한 가깝게 가길 바랐다. 명백한 장르 세계에서만 이뤄질 수 있는 형태의 액션이었다. 그래서 맘 놓고 멋있게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해봤다. 수위의 끝까지 가서 멋있게 폼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SC인터뷰] "연출 딜레마..매번 살얼음판"…액션 류승완, 여름 류승완…
'밀수'는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 박정민, 김종수, 고민시 등이 출연했고 '베테랑'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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