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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송강호(56)가 고(故) 김기영 감독에 대한 오해를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블랙 코미디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 제작)에서 악조건 속에서도 기필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의 감독 김열을 연기한 송강호. 그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거미집'의 출연 계기부터 김지운 감독과 7년 만에 재회한 소감까지 모두 털어놨다.
'거미집'은 송강호가 데뷔 이래 첫 감독 캐릭터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대본부터 검열받아야 했던 한국 70년대 영화사를 배경으로 악조건에 놓인 감독을 연기한 송강호는 회의와 자학, 열정과 재능, 자본의 논리 등과 부딪히는 욕망들 속에서도 걸작을 완성하겠다는 뚝심의 연출자로 기존의 캐릭터와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특히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과 '조용한 가족'(98) '반칙왕'(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이하 '놈놈놈') '밀정'(16), 그리고 '거미집'으로 무려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추며 남다른 의리를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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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캐릭터에 도전한 송강호는 "마지막 장면을 찍어 나갈 때 모습은 김지운 감독의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과거 '놈놈놈' 촬영 때 그런 모습을 봤다. 중국 사막에서 100일간 촬영했는데 시간은 제한됐고 열정은 넘치고, 그러다 보니 김지운 감독이 광기의 촬영을 이어갔다. 김지운 뿐만 아니라 영화감독 전체적인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또 전체적으로 봤을 때 김열 감독과 김지운 감독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김지운 감독은 조용한 편이다"며 "사실 김열 감독을 촬영하면서 참고한 감독은 전혀 없다. 감독 역할이 쉬운 직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예전에는 감독이 편해 보이고 배우들만 고생한다는 생각도 해봤는데 김열 감독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고뇌가 있더라. 일개 배우가 감당할 몫이 아니라는, 어마어마한 것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연출 도전에 대해서는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최근 연출을 도전한 배우들이 많은데 그런 도전이 참 부럽기도 하다. 다재다능한 능력, 열정이 나한테는 없는 것 같다. 지금은 배우를 하기도 벅차다"며 "물론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이 20여년 전부터 연출을 도전해 보라며 등을 떠밀었는데 정중히 고사하고 있다. 당시 많은 배우들이 연출을 시도 하고 그러니까 내게 연출 제안을 한 것이지 내 능력이 보여서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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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는 "'거미집' 속 김열 감독은 70년대 초의 한국 영화 현장에 대한 전체적인 오마주다. 김기영 감독 뿐만 아니라 수많은 거장 감독의 작업의 형태, 현장을 다룬 작품이다. 그 당시 모든 걸작에 대한 오마주로 보이길 바란다. (논란에 대해)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거미집'은 애초부터 특정한 누구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런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거미집'은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출연했고 '인랑' '밀정' '악마를 보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바른손이앤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