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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가수 설운도가 한남동 급발진 의심 사고 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이수진 씨가 운전하던 차는 천천히 골목길로 진입하던 중 앞에 있는 사람을 인식했고, 이에 자동 긴급 제동 장치(AEB)가 작동하면서 급정거했다. 이후 다시 출발하는 순간 차는 갑자기 속도가 붙어 골목길을 질주했고, 앞 택시를 들이받고 상가 건물에 돌진한 뒤에야 멈춰 섰다.
당시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인근 상인은 "엄청 놀랐다. 완전 폭발난 거 같았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술 마시고 운전해도 그렇게 달릴 수 없다. 통제 불능 정도의 속도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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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씨는 "가족들과 저녁 먹고 주차장을 나와서 골목으로 진입하는데 차 앞으로 사람이 지나가니까 자동 긴급 제동 장치가 작동하면서 급정거를 했다. 그때 둘째가 뒤에 탔었는데 (급정거에) 놀라서 '차에 이런 급정거 기능이 있다'고 했더니 '좋은 차가 역시 다르네'라고 했다. 그리고 (급정거 이후) 출발하려는 순간 제트기가 날아가는 기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설운도는 "당시 조수석에 탔을 때 차가 '윙' 하길래 내가 '브레이크! 브레이크!'라고 했다. 근데 아내가 '(브레이크기) 안 들어'라고 했다. 그 순간 굉음 내며 날아가는 속도가 체감상 200km/h처럼 느꼈다. 사고까지 7~8초밖에 안 걸릴 정도로 총알과 같았다"고 말했다.
이수진 씨는 "인터넷이나 SNS 보면 급발진이 일어났을 경우 시동을 끄거나 기어를 바꾸라고 하는데 아무 생각도 안 났다. 오직 머릿속에는 '사람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해당 차량과 충돌했던 택시 기사는 "사고가 나자마자 급발진 의심 사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과거 14년 동안 자동차 관련 업무를 했다는 그는 "(사고 전) 일반적이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쇳소리 같은 게 들렸다. 내가 그동안 접했던 차량의 소리는 아니었다"며 사고 당시의 생생한 증언으로 차량 결함 주장에 힘을 실었다.
또 이수진 씨는 "내가 운전 경력이 38년 정도 됐다. 보통 때 브레이크 밟는 느낌이 있는데 (사고 당시) 딱딱하고 안 듣는다는 느낌이 100%였다"고 말했다. 설운도도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안 잡혔다는 건 작동을 안 했다는 거다. 이건 완전 결함이다"라며 차량 결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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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설운도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 먹통 문제뿐만 아니라 에어백 미작동 등 차량의 오작동 증거를 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는 간접 살인이라고 본다. 에어백은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건데 에어백이 안 터졌다는 건 엄청난 문제가 있는 거다. 내가 급발진이 아닌 걸 급발진이라고 할 수 있겠냐. 내가 만약 옆에 타지 않았다면 아내를 의심할 수도 있지만, 내가 직접 탔는데 그게 급발진인지 아닌지 모르겠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수진 씨는 "차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숨이 막히고 머리 아프고 심장이 뛴다. 자꾸만 그때가 떠오르니까 앞으로 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싶다"며 눈물을 보였다.
설운도는 "교통사고 이후로 트라우마가 장난이 아니다. 정신적인 충격은 치료가 안 된다. 지금도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아냐"며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하고 잠도 안 온다. 2~3일 동안 잠도 못 잤다. 자꾸 사고 기억이 머릿속에 맴돌아서 굉장히 힘들었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굉장히 오래갈 거 같다. 요즘 차를 타면 겁이 나고 그 순간의 공포가 밀려온다"고 털어놨다.
한편 제조사 측은 "차량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차량이 국과수로 넘어가서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재 조사 기관에 적극 협조 중이고, 당사에서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supremez@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