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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경표가 그토록 바랐던 메인 앵커 오디션장에서 화끈하게 퇴사를 선언해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마저도 확실한 답을 얻어내지 못했고, 기백은 불안감에 휩싸여 회사로 복귀했다. 정직 후 복귀한 그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싸늘했다. 그의 촌철살인 팩트 폭격을 받았던 김팀장(조한철)은 기백에게 "사표를 써야 하는 애들은 보통 사표를 안 쓰고, 뻔뻔하게 출근한다"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고, 그를 회식에도 부르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분위기에 혼자가 된 기백은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 마저도 두려워졌다.
공포에 질려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기백을 구제한 건 우주였다. 그녀 역시 전쟁 같은 직장 생활을 헤쳐 나가는 중이었다. 국장에겐 "올드하고 감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출연자 섭외는 난항을 겪었다. 심지어 자신을 배신했던 이하영(이봄소리) 작가가 한 팀으로 합류하는 껄끄러운 상황까지 맞닥뜨렸다.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기백을 보며 그날의 감전사고가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신경 쓰이는 우주는 "힘들 때일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며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진짜 중요한 건 "내 마음은 내가 지키는 '호심술'"이라는 우주의 응원은 기백에게도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마지막 순서인 앵커 브리핑에선 도저히 마음의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기백이 그동안 뉴스만을 고집했던 건 온통 거짓말뿐인 삶에서 뉴스만이 유일한 진짜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진실, 공정, 정의가 뉴스를 존재하게 하는 가치였고, 그래서 뉴스를 할 때만큼은 자신이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뉴스의 품위와 존엄성은 사라지고, 시청률과 돈에 의해 움직이는 비즈니스가 되어버린 게 씁쓸한 현실이었다. 그래서 "썩을 대로 썩고 부패해 참기 힘든 악취가 나는 이 스튜디오를 떠난다"는 브리핑을 마치고, 뉴스 데스크를 박차고 나왔다. 김팀장이 충격 받아 쓰러질 정도로, 그에겐 그간 하고 싶었던 모든 속마음을 대차게 퍼부었다. 놀란 우주에게 회심의 윙크를 날린 기백의 엔딩은 오늘도 사표를 가슴에 품고 출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쾌재를 불러일으켰고, '호심술'로 꿈도 마음도 지킨 그의 통쾌한 제2의 반전 인생을 응원하게 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