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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유독 특정한 시기에 듣고 싶어지는 노래들이 있다. 더위가 푹푹 찌기 시작하는 7월부터는 '앤 줄라이', 궂은 장마철로 접어 들면서는 '비도 오고 그래서', 더위가 가시고 단풍이 물들 때는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가수 헤이즈의 노래에는 계절감이 여기저기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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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는 이번 신보를 통해 말하는 그리움 대상으로 "많은 순간으로 다양한 그리움이 쌓이더라. 제가 생각했을 때는, 우선 어린 시절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노골적으로 가사에 녹이지는 않았지만, 지금보다 강하고 건강했던 부모님의 모습들을 많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순수하게 사랑에 임했던 시절, 그런 시간들도 생각했다. 살아오면서 제가 지나온 사람들, 떠나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저를 지나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그리워진다는 게, 사라져야 떠오르는 것이더라. 그런데 사라지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누구의 힘으로 막을 수 없고 누구 잘못도 아니고 당연한 것이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또 깨닫게 된 것은 지나간 순간을 그리워하면서 지금의 내 모습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더라. 지금 이 순간도 미래에 또 그리워하는 순간일 수도 있겠더라"고 설명했다.
2019년 발표한 '만추'도 그리움을 나타낸 곡이다. 다만 '만추'의 그리움 대상은 특정 인물 한 명이라면, 이번 '폴린'으로는 다양한 그리움을 표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당시 가사와 현재 가사를 두고 보면, 그리움을 대하는 헤이즈 마음이 성숙해짐도 느낄 수 있다.
헤이즈가 그리움을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것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너무 많지만 이런 이별 이야기를 털어내고 싶다. 그게 될지 안 될지는 모르는 거지만, 새로운 만남이라든지, 사랑이라든지, 밝은 얘기도 써보고 싶다는 의지를 갖게 됐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마주하게 됐는데, 다같이 웃으면서 그리운 순간도 있지만, 마음 한 켠에 남아서 가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쉬움도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을 진득하게 바라보면서, 아무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내가 사랑했던 그리운 순간에 대해 마음 가짐이 가벼워진 것 같다. 다음 앨범을 만들 때 결이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저는 저 스스로가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 그게 또 헤이즈에게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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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앨범도 지난해 겨울 이후 발매한 신보로, 발매 텀이 길어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 지금보다는 좀 더 텀이 짧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겨울 앨범 내고 올해 가을 앨범 냈으니, 조금 더 빨리 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 계절에 어울리는 곡을 담게 되니, 겹치는 곡이 없으려면, 좀 더 빨라져야 할 것 같다. 그랬을 때, 다음 앨범까지는 7~8개월 남은 것 같다. 너무 늦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보겠다. 지금까지 꾸준히 앨범을 낸 이유가, 많은 활동을 한 사람이 아니라서, 저를 기다려준 팬들에게는 앨범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늦어지지 않게 하겠다. 예전에는 곡을 써놓고 고민하는 시간들이 더 짧았다면, 지금은 한 곡을 써놓고, 두 곡을 써놓고, 세 곡을 써놓고 '이 정도면 충분한가?'라는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더라. 이번에는 덜어낸 곡도 있고, 그러다 보니 발매 시기에 맞춰 다듬어야 되는 과정도 있었다. 생각하는 과정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길어진 것 같다. 욕심인 것 같다.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욕심들인데, 사실 그것에 정답은 없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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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행보를 짚기도 했다. "저의 본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제 음악을 사랑해 주는 분들이 해주시는 말씀이 '노래를 듣고 위로가 됐다, 너무 공감했다'는 메시지다. 저도 좋아하는 메시지다. 앞으로도 잘 고민해서 잘 들려드려야겠다는 다짐이다. 건강하게 웃으면서 활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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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