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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음악방송을 두고, 그리들 말한다. 혹자는 '1%대 굴욕의 시청률'이라 하고, 혹자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하지만 내수로 한정됐던 산업이 글로벌화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면? 그야말로 그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나.
시작은 음악방송에서 매주 퍼포먼스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무대를 그려내면서다. 그러자 대중가요는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섰다. 비주얼 중심의 '보는 음악'은 아이돌 시스템과 팬덤 문화라는 'K팝 정체성'을 만들어 냈고, 하나의 종합 예술로 쑥쑥 키워냈다. 그렇게 K팝은 '글로벌 선봉장'으로 우뚝 올라섰다. 다시 말해, 음악방송은 K팝의 본진이자, 기반이요, 메인 무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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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무한도전' 막내로 시작해서, 최근까지 '놀면 뭐하니?'를 오래 했다. 그래서 저에겐 리얼 버라이어티와 예능은 동일한 단어였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예측 불허를 항상 기대하면서 즐기는 작업 방식이다. 그런데 음악방송은 결과물 나오는 것을 명확하게 구현하고 재현해야 하더라. 예측을 정교하게 할수록 결과물이 잘 나온다. 열심히 준비하신 스태프분들과 아티스트분들을 보면서, 정신이 번쩍번쩍 들더라(웃음). 이제는 '쇼! 음악중심'에 온지 세 달 됐는데, 신나게 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이 많이 도와주시기도 하고, 아주 행복하고 재밌다. 오래하고 싶다."(장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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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은 신보 활동기 가수들이 대부분 출연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송사 음악방송들과 출연진과 무대 내용이 겹친다. 얼렁뚱땅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K팝 팬이라면 안다. 똑같은 곡의 무대라도, 심지어 같은 파트일지라도, A 음악방송은 카메라를 번갈아 비추는가 하면, B 음악방송은 원테이크로 동선을 따라 간다. 기존 음악과 퍼포먼스를 가지고, 음악방송 PD가 더 버무르고 가미하고 덧칠하는 것이다.
"타사 모니터는 하는 편이다. 앵글이나 컷만 보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연출 구성을 보는 것 같다. 음악방송 준비하는 시간이나 들어가는 시간이 거의 비슷하고, 팀도 겹친다. 저희와 장치, 세트, 규모 등이 어떻게 다른지를 본다. 그런데 결국 곡에 대한 연출진과 제작진의 이해에서 출발이 다른 것 같다. 기획사의 엄청난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을 저희 나름 해석하고 있다. 음악방송 시간이 타이트해 물리적 한계는 있지만, 최대한 인트로나 안 해본 것을 해보려 한다."(윤 PD)
"경쟁까지는 아니고 늘 신경 쓰는 존재들이다. K팝 팬들에게는 '뮤직뱅크'는 어떻게 다르고, '엠카운트다운'은 또 어떻게 다른지 재미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골라보는 재미다. 제작하는 제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마 그럴 것 같다. 토요일보다 앞선 요일들의 음악방송에서 컴백한 팀이 있으면, 저는 안 보고 저희 무대를 준비한다. 혹시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일요일까지 한 주의 음악방송들이 다 방송되면, 그때서야 쭉 몰아본다. 그 맛이 있다. 사실 모든 음악방송 퀄리티가 높다. 서로 잘 모르지만 따봉을 날리곤 한다(웃음)."(장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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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문화로 자리 잡은 '엔딩 요정'에 대한 궁금증도 높다. 장 PD가 "가급적 한 팀에서 소외받는 멤버가 없었으면 한다. 지난주 원샷이 누구한테 갔는지를 보고, 결정하는 편이다"라고 답하자, 윤 PD 또한 "그건 저도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출한 무대 중 가장 기억나는 무대도 꼽았다. 윤 PD는 "데이식스가 나왔을 때다. 밴드라 아이돌과 팬분들의 호응이 다르더라. 조금 더 같이 호흡하는 느낌이었다. 팬분들이 스탠딩 서는 곳 앞에 원래 레일이 있다. 그래서 무대와 조금 간격이 있는데, 그때는 레일을 뺐다. 당시 데이식스 9주년이었는데, 팬들도 데이식스 멤버들도 더 만족해하더라"며 데이식스 무대를 돌이켰다.
장 PD는 본지와 만난 당일을 거론했다. 이날은 하츠투하츠가 데뷔 무대를 가진 날이었다. "하츠투하츠 무대 준비하면서 긴장됐다"는 장 PD는 "앞서 다른 방송사 음악방송과 경쟁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멤버 에이나씨가 우리 MC이지 않느냐. MC도 잘해야 하고, 에이나씨에겐 여기가 홈그라운드니 제일 잘 나와야할 것 같더라. 원래 사전 녹화가 1시간 30분 잡혔는데, 욕심이 나서 2시간을 했다. 그만큼 결과물이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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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연말 '가요대제전'을 연출하면서, 동료애가 더 깊어졌다. '가요대제전'은 작년 마지막 날 방송돼야 했지만, 안타까운 참사로 올 설에야 전파를 탔던 터다.
윤 PD는 "한 해의 마지막에 상징적으로 가야 하는데, 아쉽기도 하고, 기획사들에게도 미안하더라. 몇 달 동안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기 때문에, 그 과정을 온전하게 담지 못해 미안했다. '가요대제전' 이후에 '쇼! 음악중심'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 준비하면서 아티스트분들, 소속사분들과 저만 느끼는 연대가 쌓인 것 같다(웃음). 이 분들께 도움을 줘야겠다는 것도 생겼다. 연말에 나오고 싶었지만 못 나온 분들께도 미안함이 있어,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전에도 아티스트들을 대단한 마음으로 봤지만, '가요대제전' 이후 더 이해하고, 더 리스펙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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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에 김경호 밴드 세컨드 기타리스트로 그해 하반기 전국투어와 방송 스케줄을 같이 했다. 아침 7시부터 리허설하고, 또 몇 시간 기다리고 그랬었다. 그런데 핸드싱크 하라고 하니, 19~20살 때라 적개심이 들더라(웃음). 기타 솔로를 다른 법으로 하고 그랬다. 그게 기록으로 남아 있으니 뿌듯하기도 하고. 물론 다른 PD님들도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무대에 서는 입장이 어떤지 제가 하나는 더 안다고 생각한다."
이 당시를 회상하며, 연출자로 포부를 다지기도 했다. "어떤 분은 저에게 무대 위 공기와 무대 뒤 공기를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사실 정말로 그때부터 세트 냄새, 스모그 냄새, 목공 냄새가 익숙했다. 그래서 안무팀이나 스태프들 보면 더 애틋하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이 중요한 산업을 빛나게 해주신다. 그래서 되게 더 제가 잘하고 싶다. 고정 카메라로 찍은 아티스트 안무 영상을 보고 콘티를 짜는데, 그걸 보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가 보이더라. 그럼 대충할 수가 없다. 그걸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 '저 PD는 성심껏 하는 것 같다'고 알아주시면 좋겠다. 물론 모르셔도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다. 진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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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티스트를 모시고 싶어요. 음악방송에서도 장르가 다양했으면 좋겠거든요. 요즘 밴드 인기 많으니 밴드도 나오고, 힙합도 한번 더 눈여겨 보고. 발라드도 요즘엔 잘 안 나오는데, 발라드도 함께 나오고요. 연출적으로는 정교하고 퀄리티 높게 만들고 싶어요. 기획사들이 준비한 것을 잘 남기면서, 시청자들도 저도 만족했으면 해요."(윤 PD)
"제가 9~10살 때부터 봐왔던 프로그램입니다. MBC에서 하는 음악방송 보고 자란 세대인데, 이걸 만든다는 자체에 보람을 느껴요. 매주 17팀 정도 출연하는데, 정말 한팀 한팀 소중해요. 13년 전에 우리나라 가수들이 미국 '굿모닝 아메리카' 나오면 '우와'라고 했어요. 이제는 해외 아티스트들이 우리 프로그램 나와서 본인을 소개하면 좋겠어요. '쇼! 음악중심'에 나온다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 나오는 것과 상호동일했으면 해요. 한국 음악 시장과 글로벌 음악 시장 사이에 교두보 같은 위치요. 이제는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은 걸요."(장 PD)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