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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활용에 주목…국가유산진흥원, 전통 문양 데이터 2만4천세트 구축
지난달 25일 '봄 궁중문화축전' 개막제가 열리던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
무대 위의 사회자가 소개를 마치자 대형 화면 위로 두 사람이 나타났다. 조선시대 문관의 복식인 단령을 입은 남성과 홍색 비단옷을 입은 여성이었다.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여민동락(與民同樂)은 임금이 백성과 함께 즐긴다는 뜻이다.
여민은 "대자연의 위대한 섭리로 피어나는 꽃, 그것은 백성의 뜻이고 마음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날 개막제의 주제 공연인 '꽃이다!'를 소개했다.
막힘 없이 공연 내용을 술술 설명하는 두 사람은 인공지능(AI)이 만든 '특별 MC'였다.
국가유산진흥원 측은 "AI를 활용해 마치 사회자처럼 주제 공연을 설명하고자 했다"며 "2015년 궁중문화축전 행사가 열린 이래 첫 시도"라고 설명했다.
색다른 시도는 약 한 달간의 작업 끝에 완성됐다.
서울시극단을 이끄는 고선웅 연출이 개막제 총감독으로 참여하면서 AI를 활용한 사회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여러 차례 작업 끝에 여민과 동락을 만들었다.
홍문관 관원인 여민의 경우, 실제 배우가 푸른빛 단령을 착용하고 촬영한 뒤 이를 토대로 AI 이미지를 만들었다. 동락은 국립국악원의 의상 사진을 반영했다.
진미경 국가유산진흥원 궁중문화축전팀장은 "AI 결과물로는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배우가 사전에 원고를 녹음한 뒤, 영상과 합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업이다 보니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반에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한국적'이란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였고, 손봐야 할 부분도 많았다고 한다. 자칫 다른 나라 문화가 섞여 왜곡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한 관계자는 "기존처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의견도 많았다"며 "복식이나 배경 등을 여러 번 고증하고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시사도 여러 차례 했다"고 말했다.
AI 사회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개막제 당시 현장에 있던 관람객들은 '정말 AI로 만든 거야?', '신선하다'는 반응을 내놨으나 온라인에서는 '이질감이 든다'거나 '비용이 더 많이 들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화유산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사례가 속속 나오지만, 고민해야 할 부분도 있다.
AI 기반의 이미지 인식 도구가 우리 한복과 일본의 기모노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거나 생성형 AI를 통해 '한복 이미지'를 요청하면 정체불명의 옷이 나온다는 지적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국가유산진흥원은 전통 문양과 관련된 데이터 자료 2만4천536세트를 구축하는 사업을 최근 마쳤다.
이어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모델 중 하나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 한국 전통 문양 이미지를 정확하게 생성하도록 학습시켰다"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AI 모델이 생성한 문화상품 시제품도 제작했다.
문화유산 분야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일상 곳곳에서 AI가 쓰이는 현실을 생각하면 앞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방면의 데이터 구축 및 활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y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