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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이영애(54)가 32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왔다.
무려 32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그동안 영화, 드라마에서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던 이영애의 파격 선택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영애는 "인연인 것 같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여러가지가 있는데, '헤다 가블러'는 타이밍이 잘 맞았던 거다. 또 하나는 대학교 은사님인 김미혜 교수(한양대 자문교수)께서 입센 작품을 10년 넘게 완전 번역을 하시고 노르웨이에서 훈장도 받으셔서 축하를 했던 자리에서 어떤 걸 해볼지 얘기를 해보는 자리를 가졌는데, 거기서 '헤다 가블러'를 하겠다고 했다. 헤다는 오로지 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가진 인물이고 배우가 가진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잖나. 이영애스럽게 풀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을 하고 얘기를 했었다. 김미혜 교수님이 작년에 '벚꽃동산'을 보러가자고 하셔서 LG아트센터 센터장님을 만났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대도 너무 좋았고, 마침 '은수 좋은 날'이 딱 끝난 타이밍이라 '때가 잘 맞겠네요'하고 덜컥 하게 됐다. 한 달 정도 고민도 있었지만, 여러가지 주변과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도전한 연극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 다양한 작업을 해왔던 그였지만, 무대에 오르는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불태우는 일회성 연기가 두렵게도 느껴졌다고. 이영애는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다. 3~4kg 정도가 빠진 것 같다. 체력을 보강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제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기에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행복한 다이어트라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이 연기를 하면서 대사를 까먹는 꿈도 꾸고, 극장에서 관객들이 다 나가버리는 꿈도 꿨다. 그러면서 '영애 씨, 그렇게 하면 안돼요' 이러기도 하고. 마치 그게 실제인 줄 알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꿈에서도 '이게 꿈이면 너무 좋겠다'면서 엉엉 울었다. 그런데 그게 꿈이었다. 다시 일어나서 책을 들고 그랬는데, 있던 약속도 다 취소하고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고 느꼈다. 어디가면 다들 '너무 힘들지 않냐'고 하시는데, 너무 힘들다. 그런데 너무 너무 너무 재미있다"며 웃었다.
'헤다 가블러'는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연극으로, 지난 7일부터 오는 6월 8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헤다 가블러'는 이영애의 32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자, 2024년 '벚꽃동산' 이후 LG아트센터가 선보이는 새로운 제작 연극. 세계적인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쓴 '헤다 가블러'는 억압된 시대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한 여성의 내면을 집요하고 섭세하게 파고든 고전 명작이다. 주인공 헤다는 아름다우면서도 냉소적이고 지적이면서도 파괴적인 성격을 지닌 복합적인 캐릭터로, 이영애가 헤다의 계보를 이으면서 파격적인 헤다를 그려내는 중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