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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비한 마천루 속에 현대적 분위기의 아얄라 박물관, 쇼핑몰, 고급 레스토랑 등의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
공항 인근 리조트 지역도 보안이 철저해 숙박, 휴식, 쇼핑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마카티, 그리고 아얄라박물관
필리핀 중부에 위치한 마카티는 인구 규모로는 필리핀에서 16번째 도시지만, 그 위상은 절대 작지 않다.
흔히 떠올리는 지프니와 오토바이가 무질서하게 오가는 필리핀의 전형적인 풍경은 이곳에서 보기 어렵다.
마카티는 서울 못지않게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고급 브랜드 매장이 늘어선 세련된 도시다.
사거리 코너마다 '마카티 인프라'라는 이름의 안전요원이 경비를 서고 있어 무척이나 안심도 된다.
그런 마카티 중심부에는 필리핀의 뿌리와 자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아얄라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은 꼭대기 4층에서 출발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관람하는 독특한 동선 덕분에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금으로 만든 유물들.
민다나오를 비롯한 지역에서 출토된 이 보물들은 단순한 장신구를 넘어서, 선조들의 기술과 미적 감각, 신앙이 어떻게 조화를 이뤘는지를 보여준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섬세함에 누구나 감탄할 수밖에 없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내려오면 본격적인 역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역사적인 전투 장면을 재현한 60여 개의 디오라마가 펼쳐진다.
이 디오라마는 필리핀의 서사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이 나라 사람들이 겪은 식민의 고통과 그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의지를 생생히 전한다.
스페인 제국 아래 놓였던 시절, 민중 속에서 피어난 저항의 불꽃, 그리고 호세 리살의 지성과 안드레스 보니파시오의 투쟁까지. 미니어처지만 절대 작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박물관에서 마주한 필리핀인의 역사적 자취는 단순히 과거에만 머물지 않았다.
스페인과 미국, 영국과 일본까지…참 많이도 필리핀을 침략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에 맞서 끈질기게 저항했던 그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 일부가 제삼 세계 노동자들을 얼마나 무지하게, 때로는 모욕적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만든다.
그저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자존과 역사를 가진 개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
인근의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은 2㏊ 규모의 도심 공원이다.
이곳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제작한 공공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닐라의 분주한 비즈니스 중심지인 마카티 한복판에 위치한 이 공원은, 도시의 소음과 열기를 잠시 잊게 해주는 녹색의 오아시스다.
공원은 아얄라 애비뉴, 마카티 애비뉴, 파세오 데 록사스 세 개의 도로로 둘러싸인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다양한 열대 식물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다.
특히, 오브비안 카스트리요힐과 랄 아로간테의 작품들은 공원의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 외에도 베니그노 아키노 주니어 등 필리핀의 역사적 인물들을 기리는 기념비들이 공원 곳곳에 세워져 있어,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필리핀의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때마침 주말을 맞아 야외 교회당에서는 미사도 열리고 있었다.
공원 내에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어, 산책 후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즐기기에 좋다.
휴일을 맞아서는 달리기에 진심인 현지인들이 조깅 행사를 여는 등 건강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얄라 트라이앵글 가든은 단순한 공원을 넘어, 도시 속에서 자연과 예술,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마카티를 방문한다면, 이곳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6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polpori@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