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편지에는 '개국사백구십삼년 삼월념일'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1884년 4월 15일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편지는 주일영국공사, 주중영국공사 등을 지내며 영국에서 동아시아 외교를 담당한 해리 파크스(1828∼1885)에게 보낸 것으로 보인다.
자료를 검토하고 자문에 응한 김종학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서한에 나오는 내용, 필체 등을 볼 때 김옥균이 작성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근대 한국 외교사 전문가인 김 교수는 "연구 가치가 큰 희귀한 자료"라며 "김옥균이 1884년 5월 일본에서 돌아오기 전에 작성한 서한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초대 주한 영국 총영사를 지낸 윌리엄 애스턴(1841∼1911)을 거론하며 "김옥균이 평소 잘 지내던 애스턴을 통해 파크스가 (1884년 4월) 조영수호통상조약 비준을 위해 입국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보낸 서한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편지에는 애스턴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수돈 씨'라는 표현이 적혀 있으며, 한글 문장 옆에는 영어로 번역한 흔적이 남아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김 교수는 "청나라의 연호가 아니라 개국년도로 쓴 점은 독립을 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언급하는 듯한 일부 표현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어 "갑신정변이 일어나기 6개월 전에 작성된 서한"이라며 "당시 영국 측의 협조를 얻으려 했던 증거이자 근대 외교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옥균이 갑신정변에 관해 기록한 '갑신일록'(甲申日錄) 등을 꾸준히 연구해 온 근대사 연구사 김흥수 홍익대 교양과 교수 역시 김옥균의 친필 서한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흥수 교수는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사진 등을 근거로 "가로획을 가운데가 아닌 아래쪽에 긋는 김옥균의 필체 특징과 서한 내용, 시기적 상황 등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김흥수 교수는 또 도서관이 소장한 해리 파크스 관련 자료에서 편지를 찾은 점 등을 거론하며 "(자료) 출처와 거론된 인물, 당시 상황 등이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옥균이 왜 이런 편지를 썼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향후 영국 외교 문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추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ye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