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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라스칼라 극장장 "오페라하우스 성공 열쇠는 도시 전체의 참여"

기사입력 2025-06-22 08:28

[클래식부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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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오페라하우스를) 자연스럽다고 느낄 것입니다."

수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 오페라하우스가 지어지는 소감을 묻는 말에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Teatro alla Scala)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 극장장의 대답이다.

라스칼라는 지난달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 감독을 아시아인 최초로 음악 감독으로 선임했다.

극장 이사회에 정명훈의 음악 감독 선임안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오르톰비나는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에서 정 감독이 직접 지휘하는 개막 공연을 보려고 21일 부산을 찾았다.

그는 이에 앞선 기자 간담회에서 "오페라하우스가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수준 높은 음악이지만 그건 의무일 뿐"이라며 "진정한 목표는 모든 부산 시민이 오페라하우스를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톰비나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밀라노가 폭격당했을 때 가장 먼저 복원된 것은 라스칼라였다"며 "밀라노 시민에게 라스칼라는 두오모 성당처럼 밀라노의 상징이었는데 부산 오페라하우스 프로젝트는 이를 목표로 하고 온 도시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르톰비나는 "(문턱을 낮춰) 시민이 공연 관람은 물론 무대 뒤편, 복장을 만드는 연구실 등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라스칼라는 6세 때부터 오페라를 보여주고 아이들이 더 잘 이해하도록 할 선생님 교육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스칼라의 재정구조가 "정부 예산 3분의 1, 티켓 판매 3분의 1, 나머지는 후원금인데 밀라노 시민은 라스칼라를 '밀라노의 집'이라고 여길 정도로 온 도시가 라스칼라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페라의 언어는 전 세계적"이라며 "이 지구에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 이름을 한 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인데 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하거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음악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오르톰비나는 정 감독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그는 1992년 이탈리아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던 중 미국 단체여행객 사이에서 공연 불참자가 생기면서 대신 라스칼라에서 공연을 지휘하는 정 감독을 본 것이 첫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오르톰비나는 지난 36년간 정 감독은 라스칼라에서 1천800회에 걸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가장 많이 지휘했고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인 베르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지휘자라고 칭찬했다.

라스칼라 음악감독으로 뽑은 데는 오페라와 교향곡을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와 베르디와 베토벤의 고전 음악도 아주 현대적으로 들리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때문이었는지 이사회나 밀라노 시장 등은 만장일치로 정명훈 감독을 라스칼라 음악감독 선정으로 했다고 한다.

오르톰비나는 "남은 5년 임기 내 밀라노 모든 시민이 라스칼라를 찾게 하는 것이 꿈이며 이 예술적이고 사회적인 프로젝트의 중심에 베르디의 오페라와 정 감독의 섬세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라스칼라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는 오는 9월 클래식부산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라스칼라는 내년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면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를 공연할 가능성도 있다.

wink@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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