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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천일을 맞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사회적 약자를 보듬으며 각계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전법(傳法)과 포교 등 불교 본래의 임무를 강조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도 더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이 법회에는 전세 사기 피해자, 청소노동자, 콜센터노동자, 요양보호사, 세월호·제주항공 참사 유족, 아리셀 전지공장 화재 사망자 유족, 태안화력발전소 사망 노동자 김용균 씨 모친 김미숙 씨, 쪽방촌 활동가, 이주 노동자, 고공 농성 노동자, 성소수자 및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가 등 사회적 약자나 이들을 위해 일하는 활동가 등 40명을 초대했다.
진우스님은 법회에서 빈곤과 차별이 없는 세상을 발원하고 이들과 1시간 넘게 오찬 간담회를 하며 소통할 예정이다.
그동안도 사회적 약자와 만나기는 했지만 이처럼 다양한 이들을 동시에 만나고 함께 공양하며 대화하는 것은 2022년 9월 28일 총무원장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전해졌다.
종단 수장이 '부자 동네' 강남의 대표 사찰인 봉은사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을 불러 다독이는 것 자체가 약자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당부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취임 초기 안팎의 시선을 의식하며 포교에 방점을 찍은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진우스님은 취임 후 첫 부처님오신날인 2023년 5월 27일 조계사에서 연 봉축법요식에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 더 폭넓게 모든 영역과 계층을 포괄하자"며 사회적 약자를 초청하던 관례를 깨고 연령대별 불교 신자를 헌화자로 선정했다.
이로 인해 '불교가 약자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면 누가 잡아주겠냐'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간 종단 안팎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장이 포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도 더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꽤 있었는데 4년인 임기 후반에 접어들어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다.
조계종은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5일)에는 사회적 약자를 다시 헌화자로 초청했다. 지난달 SPC그룹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사회노동위원회 명의로 사측을 규탄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입장문도 발표했다.
진우스님은 시국에 관한 목소리도 냈다.
작년에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역사의 후퇴"라며 "철저한 법적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논평했다.
올해 초 시위대가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사건에 관해서는 "어떠한 경우도 그런 폭력적인 방법은 용납되어선 안 된다. 강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우스님이 당면한 과제는 산불 및 화재 피해 복구다.
지난 3월 영남 일대에 산불이 번지면서 고운사를 비롯한 9개 절이 보유한 사찰림 피해 면적이 여의도(윤중로 둑 안쪽 기준 2.9㎢)의 약 3.4배인 9.76㎢에 달했다. 조계종은 20일 고운사에서 사찰림 피해 복구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10일에는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종 총무원 국제회의장에서 불이 났다. 신속한 대피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총무원 건물 전체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주요 보직 승려와 총무원 소속 종무원들이 모두 임시 사무소를 사용하고 있어 종단 행정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진우스님은 이와 관련해 "사전에 철저한 점검과 안전 관리를 다 하지 못한 점은 전적으로 저의 부덕에서 비롯된 일이오니, 이에 다시 한번 깊이 머리 숙여 참회 드린다"고 뉘우치기도 했다.
국내 7개 종교가 참여하는 사단법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공동대표의장인 진우스님은 애초 이달 하순 타 종교 지도자들과 중앙아시아 성지 순례를 갈 예정이었지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 불참하기로 했다.
취임 1천일째인 23일 진우스님은 조계사 대웅전에서 '세상의 평안을 위한 1천일 기도 회향 법회'를 연다.
취임 이후 매일 이어온 108배 수행이 1천일이 됐으니 중간 점검 차원에서 돌아보고 모든 중생이 평안하기를 기원한다는 것이다.
진우스님은 역점 중점 사업인 선명상 보급 활동도 계속 펼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 21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약 1천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 시민 행복을 위한 국제선명상 실천대회'를 열었으며 올해 4월에는 봉은사에서 국제선명상대회를 개최했다.
선명상을 보급해 국민들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장기적으로는 수행자와 출가자도 확보한다는 것이 진우스님의 구상이다.
sewonlee@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