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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은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을 이르는 말로 어처구니를 설명합니다. 줄여서 어이라고 하고 특정 지역에서는 얼척이라고도 합니다. [허 부령은 큰사랑 아래쪽에 가 안석을 의지하고 거만히 앉아서 흰 떡가래 같은 여송연을 어처구니 굴뚝에 연기 나오듯이 피우고 앉았다가…. ≪이상협, 재봉춘≫]라는 예문이 보입니다. 엄청나게 큰 굴뚝 연기에 비유한 것을 보면 여송연 연기가 상당했나 보네요.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장인용 저)는 광산에서 돌을 부수는 기계, 증기기관 같은 물건에도 어처구니를 썼다고 전합니다. 또 왕궁이나 절의 추녀마루 위에 있는 잡상(雜像. 궁전이나 전각의 지붕 위 네 귀에 여러 가지 신상(神像)을 새겨 얹는 장식 기와)을 어처구니라 부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적어뒀습니다.
사전풀이를 넣어서 어처구니없다를 옮기면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이 없다]입니다. 어이없는 말이 됩니다. 어떻게 이것이 '뜻밖이거나 한심해서 기가 막힘을 이르는' 말로 쓰일까요? 『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의 지은이 장승욱의 견해를 따릅니다. "일이 너무 엄청나거나 뜻밖의 일을 당해 기가 막힐 때 '어처구니없다'고 말하는 것은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도 없고 믿기도 싫어서 그렇게 말하는 반어(反語)의 한 가지일 것이다."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장승욱, 『도사리와 말모이, 우리말의 모든 것』, 도서출판 하늘연못, 2010, p. 431. '어처구니와 시치미' 글에서 부분 인용 (본문에서 큰따옴표로 인용)
2. 장인용,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그래도봄, 2025, p. 88. 어처구니의 다른 말과 쓰임새 설명 인용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