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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종 황인종 흑인종 하고 흔히 쓰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시절에도 그게 께름직했습니다. 하얀색이 어찌 기준이 될 수 있느냐는 반문이 많았지요. 백인종을 제외한 '나머지' 느낌으로 유색인종이라 하는 경우가 빈번했거든요. 사람들이 하얗지도 누렇지도 검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었고요. 그따위 차별적 구분이 가당키나 했을까 싶지만 예전에는 가능한 것을 넘어서서 만연했습니다. 이런 과거에 대한 성찰이 이어져 색을 표현하는 데에서도 인권감수성이 힘을 냈습니다.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 하는 말이 크게 준 이유입니다.
색(色)이름을 익힙니다.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합니다. 빨강색 파랑색 노랑색 하양색 검정색 하지 않습니다. 색을 쓰려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하얀색 검은색 합니다. 무지개의 일곱 색깔을 외울 땐 빨주노초파남보 합니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입니다. 주황/주황색, 초록/초록색, 보라/보라색은 둘 다 씁니다. 한자로는 적(赤) 청(靑) 녹(綠) 황(黃) 백(白) 흑(黑)이 있습니다. 적색 청색 녹색 황색 백색 흑색 해도 됩니다. 순서대로 빨강 파랑 녹색 노랑 하양 검정을 주로 뜻합니다. 청팀 홍팀 청코너 홍코너 청실 홍실 하고요. 청백전 하기도 합니다. 앞서 꼽힌 살색 하늘색 살구색 계열이라고 할 것도 있습니다. 특정 존재물에 색을 붙여 쓰는 말입니다. 오렌지색, 바나나색, 우유색(우윳빛), 고동(古銅. 옛 고 구리 동)색, 똥색 등 많기도 많습니다. 레드 블랙 화이트 네이비 코발트 컬러 하는 영어 이름 쓰기도 허다하고요. 형광(螢光. 개똥벌레 형 빛 광)색은 '밝게 빛나는 듯 보이는 색'이니까 따로 분류합니다. 형광펜은 수험생들이 찾는 그 필기구가 맞습니다. '색상 차별' 민생쿠폰 카드로 지방자치단체의 인권감수성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늦었지만 수습되어서 다행입니다. 인권감수성과 분별력은 말과 글에서 쑥쑥 큽니다. '색깔 있는'(여기서는 '솜씨 좋고 개성 있는') 보고와 숙의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장인용, 『사연 없는 단어는 없다』, 그래도봄, 2025, pp. 151-154. '색깔 이름' 부분 인용
2.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