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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훈련하며 체력과 실력 길러…"마라톤 뛰며 동시에 연기하는 역할"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앳된 얼굴에 흰 상의와 검은 레깅스를 갖춰 입은 7명의 소년이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우아하게 한쪽 팔을 펼쳐 보인다.
정면을 응시한 채 다리를 굽혔다 발끝을 세우는 소년들의 진지한 표정에서는 무대를 향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만난 이들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 역 최종 후보로 뽑힌 아역 배우들이다. 최종 오디션을 진행 중인 빌리 역 후보들은 이날 부모와 창작진 앞에서 자신들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드러냈다.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가난한 탄광촌 소년 빌리가 발레를 접하고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2000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2005년 영국에서 초연했고, 국내에서는 2010년 첫선을 보였다.
작품은 아역 배우들에게 직접 춤을 지도하며 주인공을 선발하는 오디션 과정으로 유명하다. 발레스타 전민철도 2017년 공연 당시 빌리 역으로 이 작품 오디션에 지원했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9월부터 총 세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이번 시즌에서 주인공 빌리와 그의 단짝 마이클을 연기할 남성 아역 배우를 선발했다. 아역 배우들은 일명 '빌리 스쿨'이라 불리는 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4∼5시간씩 발레, 탭댄스, 보컬 등을 배우며 무대에 서기 위한 체력과 실력을 다졌다.
그렇게 추려진 빌리 역 최종 후보 7명과 마이클 역 최종 후보 6명은 이날 그간 훈련한 발레와 탭댄스, 노래를 선보였다.
8∼12세로 이뤄진 배우들은 뮤지컬 넘버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를 부르며 맑은 목소리를 뽐냈다. 탭댄스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는 배우들의 이마에는 어느새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아역 배우들은 노래가 흘러나오면 어느 때보다 진지했지만 준비한 무대가 끝나면 영락없는 어린이로 돌아갔다. 서로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듯 미소를 감추지 못했고, "잘했어"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이날 연출을 비롯한 제작진도 연습실 한쪽에 모여앉아 아역 배우들의 면면을 살폈다. 창작진은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뛰어난 체력과 열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 번사이드 해외협력 연출은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가 스티븐 달드리는 빌리 역을 마라톤을 뛰면서 동시에 연극 '햄릿'을 공연하는 것에 빗댔다"며 "이 작품에서 어린이들이 맡는 역할은 다른 어떤 공연과도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오디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을 알아가는 것"이라며 "아이의 개성을 살려 공연에 변주를 주기 때문에 특정한 모습을 정해두고 거기에 맞춰 연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톰 호지슨 해외협력 안무가는 "춤을 춰 본 적 없더라도 몸을 움직일 때 감정을 같이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아도 감정적 스파크를 가진 아이를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빌리 스쿨' 훈련에 임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지도하는 입장에서도 고된 일이지만, 창작진은 그 덕에 다른 작품과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정권 국내협력 안무가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분노 게이지가 높아져 근처 절에 다녀와야 한다"면서도 "마지막까지 노력해서 무대에 선 아이들을 보면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느낌"이라며 웃음 지었다.
신시컴퍼니는 추후 빌리와 마이클 역 최종 합격자를 공개한다. 오디션에 최종 선발된 배우들은 내년 4~7월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cjs@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