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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서 조선의 왕비 명성황후가 일본군과 일본 낭인들의 손에 살해당하는 천인공노할 범죄가 자행된다.
최근 출간된 권영석(61) 작가의 장편소설 '작전명 여우사냥'은 을미사변이 벌어지기 일주일 전인 그해 10월 1일부터 사건 당일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담아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을미사변 130년이 되는 해다.
이야기는 가상의 인물 이명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온건 개화파 수장이던 민영익의 호위무사 출신인 이명재는 일본 유학 중이던 1894년 일제가 경복궁을 침략하는 갑오왜란이 벌어지자 조선으로 귀국해 명성황후의 경호 대장을 맡는다.
이명재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은 일본인 아다치 겐조다. 조선에서 발행한 일본계 신문사 한성신보 사장이었던 아다치 겐조는 을미사변을 주도했던 실존 인물로, 소설에선 비뚤어진 신념과 출세욕으로 조선 합병을 주장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명재는 일제의 침략을 경계하며 일본군을 조선 땅에서 철군시킬 방법을 강구하는데, 아다치 겐조는 이명재의 전략을 역이용해 명성황후 암살을 계획한다.
이 같은 이명재와 아다치 겐조의 경쟁 구도와 지략 싸움은 허구지만, 을미사변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어 현실감 있게 읽힌다.
여기에 더해 한국 현대사에서 익숙한 인물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점도 현실적인 질감을 더한다. 일례로 고종은 우유부단하면서도 무모하고 무능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명성황후는 강한 권력욕을 불태우며 각종 권모술수를 동원하다가 파멸에 이르는 인물로 표현된다.
이외에도 흥선대원군, 개화론자였던 유길준, 독립협회 초대 회장이던 안경수, 러시아 공사 카를 이바노비치 베베르 등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유길준은 주인공 이명재와 가까운 사이로 작중 개화파 지식인들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작가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30여년간 연합뉴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는 다양한 취재 경험을 살려 역사적 사실을 수집하며 실존 인물들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작가는 출장길에 만난 일본인 특파원에게서 할아버지가 조선 말기 한성 주재 특파원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288쪽.
jae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