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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깐느 박'에서 이제 '베니스 박'이 됐다. 박찬욱 감독이 3년 만에 선보인 신작 스릴러 범죄 블랙코미디 영화 '어쩔수가없다'(모호필름 제작)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전 세계 최초로 영화를 공개한 이후 연이은 호평까지 받으며 올해 베니스 최고 핫스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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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공식 기자회견은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한 가운데 팔라쪼 델 카지노(Palazzo del Casino)에서 진행됐다. 박찬욱 감독을 향한 열띤 관심을 입증하듯 다양한 해외 매체들이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이에 영화의 주역들을 향한 전 세계 언론의 다채로운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그는 "우리도 한 편의 작품이 끝나면 잠재적인 실직 상태에 들어간다. 언제 새 작품에 들어갈지 기약이 없는 상태로 몇 달, 혹은 몇 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나도 실제로 많이 겪었고 그래서 '어쩔수가없다'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어쩔수가없다'가 20년 만에 제작된 이유에 대해 "돈 때문이었다. 내가 필요로 하는 예산이 만들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게 20년 됐는데, 그 세월이 흐른 뒤에야 지금의 캐스팅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들 덕분에 투자가 이뤄져 원하는 수준의 예산이 책정됐다"고 솔직하게 답해 전 세계 영화인들의 공감을 샀다.
여기에 OTT 플랫폼의 확장으로 위기에 몰린 전 세계 영화 산업에 대해서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문화가 끝나지는 않아도 축소될 수는 있다. 다만 산업의 측면에서 그럴 뿐이지 영화라는 예술이 사라지거나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다"며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편집도 너무 쉽게 할 수 있다. 앞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없는 시기가 오면 나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들겠다. 이미 몇 번 만들어봐서 방법을 잘 알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찬욱 감독과의 작업 소감을 묻는 질문을 받은 배우들의 벅찬 소회도 이어졌다. 이병헌은 "처음 영화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다", '어쩔수가없다'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에 대해 손예진은 "스토리가 강렬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비극적이고,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었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엄청난 영화가 나오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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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은 공식 상영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에서 각국 매체의 뜨거운 취재 열기에 여유로운 미소와 완벽한 에티튜드로 레드카펫을 빛냈다. K-영화를 이끄는 '국가대표'급 감독과 배우들을 향한 전 세계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순간이다.
'어쩔수가없다'의 주역들을 향한 관심은 곧바로 극장을 가득 메운 관람 열기로 이어졌다.
1032석의 좌석을 채운 관객들은 139분 러닝타임 내내 '어쩔수가없다'에 완벽히 몰입된 모습이었다는 후문. 상영이 시작되고, 음악이 흐르자 박수가 터져 나왔고 박찬욱 감독이 완성한 필사의 생존극에 몰입하는 관객들로 극장은 이내 고요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전개는 몰입감을 높였고, 의외의 순간에 등장하는 아이러니한 유머로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인물에 입체감을 더하는 배우들의 호연과 빈틈없는 시너지는 극을 유려하게 이끌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정교한 음악은 극에 밀도를 더하며 관객들을 박찬욱 감독만의 세계로 완전히 끌어들였다.
영화가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과 열연을 펼친 배우들을 향해 9분 가량 기립박수와 찬사를 보내며 영화제의 밤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박찬욱 감독은 배우, 스태프들과 포옹하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나눴다.
이날 프리미어 시사 일정을 마친 이후 박찬욱 감독은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는데, 영화를 본 분들이 찾아와 모두 재미있다고 말해주더라. 그 말이 진심이길 바라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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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 매체의 필진들 역시 SNS를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보냈다. 스크린랜트(ScreenRant)의 잭 월터스(Jack Walters)는 "환상적이다. 날카롭고 지적인 스릴러로, 끊임없이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블랙 코미디적 색채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고 평가했다. 넥스트 베스트 픽쳐(Next Best Picture)의 조쉬 패럼(Josh Parham)은 "박찬욱 감독의 또 하나의 독창적인 작품. 이병헌은 강렬하고도 날카로운 연기를 선보인다", 플릭피스트(Flickfeast)의 달라스 킹(Dallas King)은 "웃기고, 진심 어린 동시에 공포스럽다. 이 세 가지가 완벽히 어우러진 영화"라고 전했다.
세계적인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도 뜨거운 반응을 입증했다. '어쩔수가없다'는 공개 직후 신선도 100%를 기록했고 사흘째인 31일까지 100% 신선도를 유지하며 베니스영화제 최고의 영예인 황금사자상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한편, '어쩔수가없다'는 9월 24일 국내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