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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기상청은 야유회를 가라"

기사입력 2025-09-02 07:50

[연합뉴스 자료사진]
[네이버 카페 이용자 '창원TBL손티아고' 게시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지난달 23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대관령산신당·대관령국사성황사에서 강릉단오제보존회가 기우제(祈雨祭)를 봉행하고 있다. 최근 강릉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2025.9.2 ryu@yna.co.kr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지난달 23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대관령산신당·대관령국사성황사에서 기우제(祈雨祭)가 봉행 되고 있다. 2025.9.2 ryu@yna.co.kr
[중국 소셜미디어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얀덱스 홈페이지 화면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강릉 최악의 가뭄에 누리꾼들 '현대판 기우제'

"세차하며 기우제" 등 SNS에 강릉 비 기원 목소리

농경사회서 비 기원하던 의식, 현대에도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최혜정 인턴기자 = '세차하면 비 오는 분들 오늘 세차 후 야외 주차 부탁드립니다."(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500***')

"저도 세차했습니다. 제가 세차하면 눈이든 비든 뭐든 떨어지니까요."('lad***')

강릉이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면서 온오프라인에서 해갈을 향한 염원이 모이고 있다.

강릉 현지에서 기우제가 봉행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비를 기원하는 '현대판 기우제'가 펼쳐지고 있다.

◇ "야구 직관만 가면 우천으로 취소되는데…"

누리꾼들은 세차·운동·쇼핑 등 일상 속 징크스를 의식처럼 활용하며 비를 기다리고 있다.

2일 현재 소셜미디어(SNS)에는 "강릉은 현재 오랜 가뭄으로 제한 급수도 시작됐다는데…? 어제 세차를 받았습니다. 비 좀 막 쏟아졌으면 좋겠네요"(네이버 카페 이용자 '팔**'), "나 포함 차 있는 내 친구들 다 이 생각 중임. 각 잡고 풀왁스에 실내 세차까지 해야 하나 이런 얘기도 하는 중"('bin***') 등의 글이 올라왔다.

세차만 하면 비가 와서 골탕 먹은 경험이 있다는 사람들이 강릉에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며 세차를 하거나 고려 중이라고 밝힌 것이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아카라이브'에는 '강릉에서 현대식 기우제 하면 좋을 듯'이라는 제목으로 "1. 세차하기 2. 새 신발 신기 3. 야외에 빨래 널기 4. 기상청 야유회 가기"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게시물에는 "한복 입고 채찍으로 용 모양 토우 부수기 하면 안 되나", "기상청 야유회는 바로 효과 올 듯" 등의 댓글이 달렸다.

상상의 동물인 용이 항상 비구름을 몰고 다닌다는 이야기와 일기 예보가 잘 안 맞던 시절 '기상청에서 야유회를 가면 비가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던 것을 각각 언급한 것이다.

이러한 누리꾼들의 '징크스 기우제'는 앞서 지난 3월 경북 산불 사태 때도 이어진 바 있다.

엑스 이용자 'mmm***'는 "도색만 하려고 하면 비가 와. 그래서 요즘 기우제 올리는 마음으로 날마다 도색하고 있음"이라고, 'cop***'는 "야구 예매하고 싶음…직관만 가면 우천 취소돼서"라고 적었다.

또 'gge***'는 "러닝할 마음만 먹으면 비 오는데 저녁에 러닝하러 가야지!"라고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com***'는 "어디 놀러 가면 비 오는 용띠 연합입니다. 생각만으로도 비가 오던데…제발"이라고 했다.

◇ 춤추고 노래하고…지구촌 기우제 다양한 모습

기우제는 본래 농경 사회에서 비를 기원하던 의식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왕이 직접 제사를 지내거나 용 그림으로 강우를 기원했다.

1930년대에는 산 위에서 불지르기, 물병 거꾸로 매달기와 물긷기, 시장 이전 등 독특한 방법도 사용됐다.

줄다리기도 기우제 의식 중 하나다. 줄다리기 줄을 용으로 인식하고, 줄다리기를 쌍룡상쟁(雙龍相爭)을 뜻하는 것으로 보아 비구름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긴 편에 강우와 풍년이 약속된다고 믿어, 가물었을 때에 줄다리기를 벌여 쌍방이 결사적으로 줄을 당기는 곳들이 있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기우제는 여성이 주관했다. 땅(여성)이 하늘(남성)을 움직인다는 전통적 우주관이 반영된 결과다.

경주에서는 버들가지 고깔을 쓴 무당 수십 명이 의례 중 가슴과 하체를 드러내며 춤을 췄고, 이를 본 마을 여인들이 물을 끼얹으며 비를 기원했다.

삼남지방(충청·전라·경상도)에서는 여인들이 산 정상에서 집단으로 방뇨하며 비가 내리기를 빌기도 했다.

인도 등지에서도 소녀들이 춤을 추거나 진흙 인형을 들고 집집마다 돌며 강우를 빌었다.

유럽에서는 긴 가뭄이 들면 돌에 물을 적시거나 물속에 돌을 담가 두는 의식을 치렀다.

러시아에서는 나무 위에 올라 망치로 빈 솥을 쳐 요란한 소리를 내고, 아래에서는 불꽃을 피우는 방식으로 비를 부르는 의식을 진행했다.

미국 중부 인디언들은 가물 때 개구리를 단지에 넣고서 물가 나뭇가지로 단지를 치며 비를 노래했다.

기우제는 현대에도 이어진다.

지난달 23일 강릉단오보존회는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서 대관령산신과 대관령국사성황신에게 가뭄 해갈을 기원하는 기우제를 봉행했다. 보존회 회원들은 밤, 대추, 떡 등 제물을 올린 뒤 축문을 낭독했다.

앞서 2022년 11월 제주도에서는 가을 가뭄이 심해지자 구좌농협이 배, 수박, 사과 등을 제사상에 올리고 기우제를 지냈다.

그런가 하면 작년 6월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중국 산둥성 이멍산 주민들은 '풀모자'를 머리에 쓴 채 단체로 기우제를 지냈다.

또 작년 4월 태국에서는 무더위와 가뭄이 심해지자 중부 나콘사완주의 한 마을 주민들이 '암컷 고양이 거리 행진'이라는 뜻의 '해 낭 매우' 기우제 행사를 진행했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에 물을 뿌려서 고양이가 비명을 지르면 비를 부르는 전조로 여기는 행사다. 과거에는 살아 있는 고양이를 썼지만, 동물 학대 논란이 제기되면서 고양이 인형을 대신 쓰고 있다.

2022년 4월에는 카자흐스탄 악타우에서 주민 2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슬람 기우제 '타사특'이 열렸다. 타사특은 가뭄이 계속될 때 주민들이 광야에 모여 숫양을 제물로 바치고 비를 기원하는 전통적인 의식이다.

haemong@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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