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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경기에 불과했지만, 핵폭풍급 '나비효과'가 나타났다.
KT 롤스터가 13일 서울 종로구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5 LCK'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정규시즌의 압도적인 1위팀인 젠지에 3대2의 재역전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KT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젠지와 5번 만나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심지어 4경기에선 0대2의 완패였을 정도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젠지가 정규리그에서 29승1패, 승률 97%라는 경이적인 승률로 독주를 한 반면 KT는 상위 5개팀이 레전드 그룹에서 싸운 3~5라운드에서 4승8패의 부진한 성적에 그친 상황이었기에, 이날 2라운드 경기는 젠지의 압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KT는 레드 진영으로 다소 불리하게 시작한 1세트를 잡아낸데 이어 세트 스코어 1-2로 밀린 가운데 4~5세트를 내리 따내는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승, 4라운드 직행뿐 아니라 2년만에 롤드컵 진출권까지 따내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여기에 최소 LCK 3번 시드를 확보하면서 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16강전)에도 직행하는 보너스까지 얻었다. 그동안 유독 여름 시즌에 강해 '서머의 KT'라는 별명으로 불렸는데, 올 시즌도 이 기세를 플레이오프까지 이어가며 가장 중요한 순간에 폭발시킨 셈이다.
물론 젠지는 국제대회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에다 LCK 플레이오프 진출로 인해 롤드컵 티켓은 확보한 다소 여유로운 위치였지만, 단일시즌으로 개편된 LCK 첫 우승을 향해 질주를 하고 있었기에 충격은 클 수 밖에 없었다.
젠지 역시 3라운드에서 만약 패할 경우, 시즌 우승에 실패하며 정규리그의 압도적인 성적이 퇴색되는 것은 물론 롤드컵을 LCK 4번 시드로 나가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됐다. 예년과 달리 올 시즌 롤드컵의 경우 4번 시드는 LPL(중국) 4번 시드와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만나 5전 3선승제를 거쳐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필 올해 롤드컵이 중국에서 열리기에,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을 LPL팀을 상대해야 하는 버거운 대진이다. 단 1경기의 결과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가 된 것은 물론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