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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태초의 '연니버스' 연상호(47) 감독이 금단을 깬 파격 도전으로 화려하게 귀환했다.
특히 '얼굴'은 '연상호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와 제작진 20여명이 뭉쳐 단 2주의 프리 프로덕션과 13회 차 촬영, 순제작비 2억원이라는 초저예산 제작비만으로 완성한 아트버스터로 의미를 더했다. 이미 전 세계 157개국 선판매에 성공한 '얼굴'은 200억원을 뛰어넘는 고예산 제작비로 리스크를 안았던 한국 영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작품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얼굴'은 지난 11일 국내 개봉에 앞서 9일(현지 시각)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전 세계 관객을 먼저 만나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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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면 작가로서 나는 스스로 대중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듣다 보니 아무래도 영화를 만들 때 대중성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면 안된다는 생각을 늘 하는데 이번엔 운이 좋았는지,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는데 좋아해주는 것 같다. 이쯤되니 착각일 수 있겠지만 스스로 대중성도 있나 싶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서 오해를 하면 안 되지만 앞으로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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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통 극장 영화는 호불호를 줄이려고 하는 형태로 제작이 된다. 그게 꼭 영화를 좋게 만드는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향한 호불호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고 작품은 뾰족함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예산이 커질수록 그런 부분이 깎인다. 앞으로도 극장 영화는 호불호를 줄이려고 하는 기획 형태의 영화를 많이 만들려고 할텐데 그게 좋지 않다. 이제는 뾰족하고 개성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투자·배급사 시스템도 개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 더 적은 숫자의 관객이 들더라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얼굴'이 초저예산 프로젝트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연상호 감독의 인맥이 큰 원동력이 됐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혹자는 미술 감독이 자기 사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나도 몇 번이고 확인을 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며 웃었다. 그는 "기본적인 비용에 대한 것은 다 지급을 했다. 사실 가장 큰 것은 인건비다.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까지 현장의 막내 스태프, 그것도 최저 시급 수준으로 개런티를 받았다. 박정민의 경우는 안 받아도 받은 것처럼 연기하겠다며 애정을 보였다. 실제로 홍보를 할 때도 스스로 자처해 나가는 게 더 많더라. 박정민이 애를 많이 쓰고 있고 그럴 수록 마음의 빚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촬영 감독이나 미술 감독의 팀은 훨씬 더 많이 받아야 하지만 그런 것을 개봉 후 흥행했을 때 지분 형태로 나눠 갖는 방식을 취했다. 그들이 100% 만족을 해서 이러한 개런티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다들 동의해 2억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손익분기점은 약소하지만 대신 마음의 빚이 커졌다. 손익분기점을 수치로 이야기 하긴 어렵지만 마음의 빚은 '얼굴'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해야 지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문현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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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은 "'군체'를 촬영하면서 좀비물이 정말 재밌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부산행' '반도'와 비슷한지 묻는다면 좀비 자체가 다르다. '군체'는 집단주의에 대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인공지능도 집단주의의 입각한 방식의 알고리즘 아닌가. 그러한 집단주의 영화다. 기존에 봤던 영화와 다른 공포감과 룰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다. 확실히 기존에 했던 좀비물과 다른 좀비물이 될 것이다"며 "또 '군체'와 '가스인간'도 다르다. 아마 '가스인간'이 먼저 공개될 것 같은데 내게는 완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시리즈의 대본을 쓰고 프로듀싱을 하는 완전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자아냈다.
연상호 감독이 2018년 출간한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영화화한 '얼굴'은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 등이 출연했고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