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 "대만 풍경에 압도돼…서구적 시각 경계하며 작업"

기사입력 2025-09-23 15:20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션 베이커 프로듀서가 2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왼손잡이 소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9.23 ryousanta@yna.co.kr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션베이커 프로듀서가 2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왼손잡이 소녀'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9.23 ryousanta@yna.co.kr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쩌우스칭 감독이 2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왼손잡이 소녀'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9.23 ryousanta@yna.co.kr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션 베이커 프로듀서(왼쪽부터), 쩌우스칭 감독, 배우 니나 예, 마쉬유안, 황텅웨이가 2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왼손잡이 소녀'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23 ryousanta@yna.co.kr
저우스친 감독 '왼손잡이 소녀' 공동 각본·프로듀싱…부산국제영화제 경쟁작

(부산=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아노라'(2024) 등을 연출한 션 베이커 감독이 올해는 프로듀서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베이커 감독은 경쟁 부문 초청작인 저우스친 감독의 '왼손잡이 소녀' 제작에 프로듀서 겸 편집자, 각본가로 참여했다.

23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이커 감독은 "저우스친 감독을 통해 대만 문화를 사랑하게 되었고, 영화 아이디어에도 관심이 생겨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풍경의 아름다움에 압도됐고, 도시 전체가 여러 감각으로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며 "제가 돌아다니면서 '이것도 찍고, 저것도 찍자'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왼손잡이 소녀'는 대만 타이베이의 야시장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자매 이안(마시위안 분)과 이칭(니나 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유치원생인 이칭의 시선에서 본 야시장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와 '탠저린'(2015) 등 주요 연출작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저우스친 감독의 첫 번째 단독 연출작이다.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처음 상영됐고, 국내에선 다음 달 30일 개봉을 앞뒀다.

베이커 감독은 "익숙하지 않은 문화를 영화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협력이 가장 필요하다"며 "제 이야기나 저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왼손잡이 소녀'에서 제 역할은 아주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만 야시장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외부인의 시각이 개입되지 않도록 유의했다고 한다.

베이커 감독은 "제가 참여함으로써 서양의 시선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우스친 감독과 함께 '감시견' 역할을 하며 스스로 검열을 거쳤고, 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저우스친 감독은 "야시장의 색감 등 디테일에서 베이커 감독이 참여하면서 영화에 독특한 매력이 더해지고 다채로워진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 달 이상 타이베이에 머물며 현장 조사를 하고 촬영 장소를 물색했다고 한다.

야시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속 장면들은 세트가 아닌 실제 시장에서 촬영했다.

저우스친 감독은 "촬영 장비들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모두 아이폰으로만 촬영했다"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화면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배우들이 아닌 실제로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며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지만 나중엔 영화를 찍고 있다는 걸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익숙해졌다"고 했다.

어린 이칭에게 할아버지가 '왼손은 악마의 손이니 왼손을 쓰지 말라'고 말하는 부분은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됐다고 한다.

저우스친 감독은 "어려서부터 (어른들이) 오른손을 쓰게 해서 제가 왼손잡이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생각보다 저와 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며 "영화를 본 뒤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왼손잡이 이야기'를 나눠 주셔서 놀랐다. 타인에 의해, 전통에 의해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순간에 대한 영화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산 것 같다"고 말했다.

one@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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