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지니' 김우빈 "김은숙 유머 좋아…투병 후 오늘을 살려 하죠"

기사입력 2025-10-13 16:58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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램프의 정령 지니 역할…"감독 교체 아쉬웠지만, 불편함은 없었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처음에 대본이 너무 좋아서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제가 김은숙 작가님의 유머코드를 좋아하거든요."

배우 김우빈은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이하 다지니)에 출연한 배경으로 김은숙 작가의 대본을 가장 먼저 꼽았다.

김우빈은 '다지니'에서 램프에 1천년 가까이 갇혀 지낸 정령 지니 역할을 맡았다. 방 한 칸을 뒤덮는 긴 머리에 치렁치렁한 의상, 장난스러운 말투와 행동이 화제가 됐다.

극 중간에는 '더 글로리'의 문동은, '상속자들'의 영도처럼 분장하고 대사를 하는 패러디 장면도 담겼는데, 김우빈은 이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호평받았다.

그는 "김은숙 작가니까 쓸 수 있는 패러디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반가웠다"며 "초고에는 문동은 패러디가 있다가 수정된 대본에서 빠졌길래 작가님에게 전화해서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의 대사들이 다소 유치하다거나 감정선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은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라며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은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으냐"고 답했다.

김우빈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른바 '오글거리는' 대사나 패러디 장면이 아니었다. 그의 가장 큰 난관은 아랍어 대사였다.

그는 "제 대본에 아랍어 대사가 52마디 있는데, 한 마디 당 천 번 정도 반복하면 외워졌다"며 "5만2천번을 반복해서 결국 해낸 셈"이라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독특한 설정 때문에 두바이 현지에서 촬영한 장면도 많았다.

기가영(수지 분)이 사막을 걸어 다니거나 아랍 시장이 배경이 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특별출연한) 송혜교 선배가 두바이까지 와줘서 너무 놀랐다"며 "사실 두바이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에서 찍은 장면도 있고 반대도 있다"고 했다.

'다지니'는 촬영 중간에 이병헌 감독에서 안길호 PD로 연출자가 변경되는 일을 겪었다.

김우빈은 "감독이 교체됐을 때 큰 불편함은 없었다. 두 감독님의 스타일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서도 "이병헌 감독님과 영화 '스물'을 같이 했기 때문에 이번에 마무리까지 같이했으면 좋았을 텐데, 함께 못한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김우빈은 작가도, PD도 참석하지 않은 제작발표회에서 어려운 질문을 도맡아 답했고, 작품이 공개된 이후로도 인터뷰와 유튜브 방송 등에서 활발히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우빈은 "이번 작품은 대본도, 캐릭터도, 함께하는 스태프도 너무 좋아서 깊은 애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애정과 책임감은 '다지니'뿐 아니라 그가 여태껏 찍은 모든 작품에서도 가진 듯했다.

그는 여전히 '신사의 품격', '학교 2013', '상속자들'에서 입었던 교복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며 "이번에 영도 분장을 해야 하는데 '상속자들' 교복을 구할 수가 없다고 하길래 제가 가진 것을 내드렸다. 이젠 그 교복이 몸에 맞지 않아서 단추와 명찰만 살려서 복각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목표를 묻는 말에는 암 투병 후 달라진 목표 의식을 털어놨다.

그는 "공백기를 가진 뒤로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며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살아가는 것, 건강한 것 말고는 목표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우빈은 2017년 5월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약 2년 반 동안 공백기를 가진 끝에 복귀한 바 있다.

"예전에는 늘 목표가 많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사는 느낌이었거든요. 이제는 오늘을 위해 오늘을 산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에요."

heev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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