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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2025년 청룡 신인상 레이스는 딱 한 단어로 요약된다. 다양성. 아이돌에서 스크린으로 착륙한 얼굴들, TV와 OTT 최전선에서 바로 영화로 확장한 배우들, 마흔을 넘겨 '신인' 타이틀에 도전하는 늦깎이까지. 세대도 다르고, 걸어온 길은 제각각이지만, 모두가 단 하나의 문을 두드린다.
인생에서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청룡영화상 신인상'. 그래서 이 상은 늘 청룡의 첫 장면이자, 가장 뜨거운 장면으로 기록된다. 올해도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이 그 영광의 트로피를 향해 오른다. 누가 청룡의 첫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까. 그 첫 장면의 결말이 청룡의 심판대 위에서 정해진다.
'하이파이브' 박진영을 보는 순간, 관객들은 입을 모아 외쳤다. "신구를 삼켰다!" 췌장 이식 후 젊음을 흡수하는 사이비 교주 영춘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박진영은 신구와 2인 1역으로 등장, 시선과 말투, 표정 하나까지 흡사한 싱크로율을 보여줬다. 특히 첫 악역임에도 냉철함과 광기를 자유롭게 오가며, '아이돌 박진영'이 아닌 '배우 박진영'이라는 이름을 완벽하게 새겼다. 이제 남은 건, 청룡 신인 트로피 위에 박진영 이름 세 글자를 새기는 일뿐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 안효섭은 10년간 읽어온 소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 세계의 김독자가 된다. 무기력과 불안을 지나 단단해지는 인간의 얼굴을 세밀히 그려내며,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판타지를 완성했다. "히어로보다 인간적인 주인공"이라는 평가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무엇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기세까지 안은 만큼, 청룡에서도 그 판타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더 글로리'에서 젠틀했던 하도영을 떠올리던 관객들은 피와 칼로 새겨진 정성일의 존재감 앞에서 놀라고 말았다. 정성일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 장수 겐신으로 새 얼굴을 꺼냈다. 도깨비 탈을 쓴 채 검을 휘두르며 외국어 연기와 격렬한 액션을 소화, 사극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아낸 것. 45세의 나이로 다시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을 쓰는 순간, 배우 정성일의 또 다른 장이 열릴 예정이다.
작은 영화지만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3670'의 중심에는 묵직한 힘을 가진 이 배우가 있었다. 조유현은 탈북 성소수자 철준을 연기하며 조용한 파문을 일으켰다. 절제된 대사와 미묘한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 소외된 이의 외로움과 연결의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한 여운으로 스크린을 채운 신예의 등장을 청룡이 두 팔 벌려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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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시절 교복을 입고 무대 위에 섰던 김도연이 이번엔 영화 속에서 교복을 입었다. 그것도 시대마다 가장 라이징한 여배우들이 거쳐 간 '여고괴담'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학교 공포물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서. 반짝이던 무대 조명이 아닌, 낯선 어둠 속에서도 시선을 잃지 않는 김도연의 눈빛은 배우로 다음 장을 예고하고 있다.
첫사랑의 떨림, 성장의 어색함, 세상을 처음 배우는 눈빛. 청춘을 그리는 영화만큼 신예들에게 잘 어울리는 무대도 없다. 그래서일까. 한 작품에서 두 명의 신인 후보가 탄생했다. '청설'의 김민주와 노윤서다.
김민주는 청각장애를 가진 소녀 가을을 연기, 대사보다 눈빛으로 감정을 전했다. 몇 달간 수어와 수영을 익히며 몸으로 언어를 배웠다더니, 결국 표정 하나로 서사를 완성해, 아이즈원 멤버에서 '영화 배우'로 스스로의 계절을 바꿨다.
반면 노윤서는 역할처럼 여름 그 자체로 등장한다. 청각장애를 가진 동생을 돌보며 자신의 꿈을 미뤄온 장녀의 서사를, 책임감의 무게 속에서도 여름 햇살처럼 싱그럽게 피워냈다. 두 배우가 그려낸 가을의 깊이와 여름의 생동, 누가 신인상으로 '청룡의 첫사랑'이 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드라마에서 쌓은 생활 연기가 스크린에서는 리얼리즘으로 폭발했다. 이선빈은 올여름 극장가에 가장 강렬한 '노이즈'를 남긴 주인공이 분명하다. 층간소음 스릴러 '노이즈'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아 나선 주영으로, 절박함과 광기의 경계를 섬세하게 오가는가 하면, 소음이 불안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숨소리 하나로 체화해냈다. 그 결과, 공포 장르의 한계를 넘어 흥행까지 거머쥐었다. 올여름 극장가를 울린 이선빈의 '노이즈'가 이번 청룡에서도 메아리칠 수 있을까.
'보통의 가족' 홍예지를 보고, 처음에는 '보통' 고등학생이자, 설경구의 '보통' 딸 역할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우등생 미소 뒤에 숨은 냉기가 전해지자, 영화의 온도는 단번에 서늘해졌다. 특유의 단정한 이미지 위에 폭발적인 감정선을 터뜨리면서, 홍예지는 연기로 '보통'이라는 단어와 가장 멀리 선 배우가 됐다. 이제는 '청룡'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보통' 그 이상이라는 것을 증명할 차례다.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11월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개최되며 KBS2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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