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청룡 아들 되기까지(청룡 수상인터뷰)

기사입력 2025-12-31 07:31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배우 안보현이 16일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2.16/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잔뜩 성난 피지컬로 등장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안보현(37)이 세상 무해하고 순수한, 게다가 진국인 반전 매력으로 청룡영화상을 빛냈다.

지난 8월 극장가 출사표를 던진 코미디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이상근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서 무해한 청년 백수 길구로 이미지 변신에 나선 안보현은 11월 19일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2014년 KBS2 드라마 '골든크로스'로 연기 데뷔 후 무려 11년 만에 받은 신인상으로, 안보현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영화 같은 현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배우 안보현이 16일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2.16/
스포츠조선이 청룡영화상 이후 수상의 여운을 간직하고 있는 안보현을 찾아갔다.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 트로피에 자신의 이름이 각인된 부분을 연신 만져보던 안보현은 "시상식 당일엔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 트로피를 다시 잡으니 생각보다 무겁지 않다"며 묵직한 트로피를 가뿐하게 쥐어 장내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나중에 모니터했는데 내가 트로피로 머리를 긁적였더라. 아마 트로피로 머리를 긁는 수상자는 내가 처음일 것이다. 수상소감도 주절주절 무슨 말을 한지도 모르겠더라. 그날 내 모습이 어딘가 좀 이상했다. 내가 어느 정도로 예상을 못 했냐면, 아예 상을 받을 생각을 안 해서 슈트 주머니에 손거울과 다른 수상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휴대전화도 챙기고 심지어 입이 마를 때 먹는 사탕도 챙겼다. 주머니가 가득 찬 상태에서 무대에 올라간 것"이라며 웃더니 "올해 이성민 선배와 JTBC 드라마 '신의 구슬'을 촬영하면서 인연을 쌓았는데, 성민 선배가 신인남우상으로 내 이름이 호명되자 '야! 보현아!'라며 저 멀리서 육성으로 외치셨다. 선배의 부름에 1차로 깜짝 놀라기도 했고 얼떨떨한 정신이 돌아오더라. 정말 자신의 수상처럼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좋아해 주는데 그 순간 '선배한테 축하도 받고, 안보현 인생 잘 살았다'라는 생각도 들면서 감사함이 밀려왔다"고 비하인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이 트로피는 어머니에게 선물로 드리고 싶다. 어머니를 비롯해 가족들이 내가 후보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하셨다. 나도 오랜만에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게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본방 사수를 부탁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수상까지 하게 됐다. 어머니도 예상을 못 했다가 아들의 수상에 많이 놀라셨고 여동생은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고 반응을 전했다.

이어 "내 인생 최초의 수상은 아니지만 청룡영화상에서, 그것도 인생에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상을 받아서 너무 기뻤다. 시상식이 끝난 뒤 휴대전화를 봤는데 300개가 넘는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다들 자기 일처럼 축하해 줘서 너무 감사했고 그렇게 축하해주신 분들께 짧지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가족에게 선물 같았던 안보현의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은 가족 이상의 우정을 이어가고 있는 고향 친구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됐다고. 안보현은 "고향 친구들이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경상도 친구들이라 낯간지러운 말을 잘 못한다. 살갑게 이야기를 못 하고 투닥거리는 말로 애정을 전하는 친구들인데, 처음으로 내게 '대단하다'며 인정을 해주더라. 내가 학창 시절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서울에 상경해 배우가 됐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친구들이다. 평소에도 친구들은 '일이 너무 힘들면 언제든 내려와라'라며 늘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들이었는데 이번 청룡영화상 수상 이후부터는 '이제 고향으로 내려올 생각하지 말고 연기에 집중해라'라고 태도를 바꾸더라. '네가 좋아하는 일 앞으로도 계속, 오래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정말 고마웠다. 진심이 느껴지는 친구들의 말에 다시 힘을 얻었다"고 답했다.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19일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안보현. 여의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9/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 남우상을 수상한 안보현이 이성민과 포옹하며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19/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안보현이 기뻐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11.19/
안보현은 진심을 담은 수상 소감도 많은 화제를 모았다. 청룡영화상 수상 당시 그는 "나는 복싱선수로 오랫동안 살아왔었다. 선수 시절 봤던 영화 중 기억에 남는 영화가 '주먹이 운다'(2005, 류승완 감독)였다. 그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계기를 갖게 됐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라는 먹먹한 소회를 전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실제로 안보현은 학창 시절 전도유망한 복싱 선수로 기대를 모았던 신예였다. 부산광역시 대표 선수로 선정되는 것은 물론 당시 소년체전, 전국체전 선발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던 유망주였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목표로 했던 꿈 많은 복싱 소년이었던 안보현이지만 잦은 부상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 복싱을 그만뒀고 이후 훤칠한 키와 운동으로 다져진 압도적인 피지컬을 무기 삼아 모델학과에 진학, 2007년 모델로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안보현의 시대를 열었다.

안보현은 "어릴 때 류승완 감독이 만든 영화 장르를 좋아하기도 했고 실제로도 많이 보고 자랐다. '주먹이 운다'는 영화 속에 나오는 복싱 선수가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그 캐릭터로 보이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너무 이해되고 한편으로는 놀라기도 했다. 그때 나도 복싱 선수를 꿈꾸던 학생이었으니까 '나도 만약 저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던 것 같다. 이후에도 배우들이 매 작품 다른 캐릭터의 옷을 입고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인물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그 마음에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류승완 감독과 류승범 선배가 내 안의 새로운 꿈을 만들어 준 셈이다. 류승완 감독에게도 이런 내 이야기를 하면 '꿈이 작다'며 낯간지러워하는데 정말 그때 나에겐 너무 멋진 롤모델이었고 그게 항상 내 마음 한켠에 자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올해 청룡영화상 신인상 화두는 '반전의 얼굴'이었다. 안보현 또한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강인한 남성미를 드러낸 전작과 다른 순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무해한 매력의 새 얼굴을 꺼내 보였다는 지점에서 큰 점수를 받았다. 고착된 이미지가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드러낸 '블루칩'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안보현은 "이게 칭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악마가 이사왔다'를 본 관객들이 '찌질한 캐릭터도 잘하네' '안보현도 이런 연기가 되네'라는 말을 많이 해주더라. 아무래도 운동하기도 했고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니 나를 떠올렸을 때 첫인상부터 강한 이미지라는 선입견이 있다. 그런데 '악마가 이사왔다' 청년 백수 길구를 연기하면서 내 안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다. 내게도 나름의 도전이었는데 이 도전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이러한 칭찬과 응원이 내게 동기 부여가 정말 많이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영화와 캐릭터가 가진 힘을 알게 됐고 앞으로도 이런 도전을 계속해도 되겠구나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안보현은 '악마가 이사왔다'에서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보인 선지 역의 임윤아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그는 "윤아도 내 수상 소감을 들으면서 울 뻔했다고 하더라. 축하를 정말 많이 해줬고 시상식이 끝난 뒤에 '네가 있어서 이 영화가 잘 끝날 수 있었고 내겐 너무 좋은 파트너였다'라며 장문의 감사 인사를 남기기도 했다"며 "처음 이 작품으로 윤아를 만났을 때는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긴장하기도 했다. 소녀시대는 내 군 생활 활력소였고 윤아는 독보적인 센터지 않았나. 조심스럽기도 했고 부담감도 컸다. 그런데 작품으로 만난 윤아는 정말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내면까지 아름다운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명절에 빠짐없이 선물도 챙겨주고 인간미까지 갖췄다. 이런 친구와 어떻게 안 친해질 수 있겠나. 다른 배우들보다 더 오래된 친구 같고 편안해서 '악마가 이사왔다' 케미가 나온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만나 한 작품으로 연기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제4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19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안보현이 보이넥스트도어의 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11.19/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은 '국민 전남친' 박정민과 가수 화사의 '굿 굿바이(Good Goddbye)' 축하공연에 대한 비하인드도 빠질 수 없었다. 좌석 1열에서 박정민과 화사의 구두 퍼포먼스를 직관했던 안보현은 그 누구보다 축하공연에 빠져들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연신 함박 웃음을 터트렸고 공연 내내 박수를 치며 역대급 몰입도와 리액션을 선보여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안보현의 리액션 영상을 본 많은 팬은 '박정민 돌잔치에 참석한 안보현이다' '안보현은 박정민과 악수 후 수줍은 소녀가 됐다' '안보현의 입틀막 반응이 너무 웃기다' '안보현 너무 웃어서 이가 쏟아지겠다' 등 폭발적인 댓글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해 안보현은 "아마 내 수상 영상보다 '박정민 돌잔치 온 안보현' 쇼츠를 더 많이 모니터했던 것 같다. 시상식 때는 그렇게 많은 내부자가 곳곳에 숨어 있는 줄 몰랐다. 수상 못지않게 전혀 예상을 못 했던 부분이고 아무래도 덩치가 제일 큰 사람이 1열 앞자리에 앉아 너무 빠져들어 직관하는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 같다. 정민 선배의 돌잔치에 참석할 계획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다"고 머쓱해했다.

그는 "박정민 선배는 류승완 감독과 인연으로 자신의 출판사에서 '악마가 이사왔다' 각본집을 발간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 '악마가 이사왔다' 시사 전 가장 먼저 영화를 본 분이기도 했고 이후 시사회도 와서 내게 '팬이 됐다'라는 응원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또 청룡영화상에서 퍼포먼스 전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신인남우상 수상 축하한다며 악수를 먼저 건네줘서 기쁨이 배가 됐다. 또 나름 화사의 숨은 팬이기도 하다. 화사의 본명이 안혜진인데 같은 안 씨여서 유독 나 홀로 내적 친분이 있는 상태였다. 너무 팬인 두 사람의 무대를 직관하는 영광이 언제 또 오겠나. 이찬혁의 무대도 태어나서 처음 본 무대라 감동했다. 올해 청룡영화상에 참석한 영화인 중 내가 가장 재미있게 즐긴 것 같다. 마치 '피케팅'에 성공한 성덕의 열혈 직관 정도로 여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단독] "박정민 돌잔치 참석할 생각은 없었는데"…안보현, 복싱 유망주→…
제46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배우 안보현이 16일 진행된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12.16/
'악마가 이사왔다' 속 길구처럼 유쾌하고 순수한 안보현. 청룡의 새로운 아들로 등극한 안보현의 전성기는 말 그대로 현재 진행 중이다. 전성기를 맞은 안보현의 찬란한 꽃길에 응원과 기대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에게 청룡영화상의 의미를 물었다.

안보현은 "청룡영화상만 생각했을 때 내게 터닝 포인트이자 내 연기 인생의 또 다른 시발점이 된 것 같다.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청룡영화상에서 의미 있는 수상도 할 수 있었고 혹여 나를 몰랐던 분들도 이 자리를 통해 관심을 가져주고 기대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신인남우상의 무게만큼 더 좋은 연기로 계속해서 관객과 시청자를 찾아가겠다. 실제로 내년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나 역시 기대되는 2026년이 될 것 같다. 안보현에 대해 '다채로운 배우'로 느껴질 수 있겠끔 앞으로 계속 고민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마무리를 지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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