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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는 포르투갈에서 가해진 종교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에 정착한 유대인 가문의 후손으로 태어나 평생을 철학에 헌신했다. 삶은 단순했고, 큰 사건도 없었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복잡했다.
주로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철학 교수들인 저자들은 세금 장부, 법원 문서, 교회 기록 등 방대한 1, 2차 사료를 토대로 스피노자의 단순한 듯 복잡한 삶을 출생부터 죽음까지 연대기적으로 성실히 기록했다.
이와 함께 데카르트·스토아 철학·유대교 철학 등 스피노자 사유의 원천이 된 사상, 스피노자에 대한 당대의 적대적 비평을 모은 글, 스피노자 철학의 용어 해설, 스피노자 저작에 대한 소개 등을 책에 담았다.
'편람'(便覽)은 보기 편하게 간추린 책이란 뜻인데, 스피노자의 삶과 사상을 간추리는 데에만도 1천100쪽이 넘는 페이지가 필요했다. 책의 부제는 '스피노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다.
그린비. 1104쪽.
▲ 소피의 세계 =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윤예지 그림·만화. 장영은 옮김.
스피노자는 성서의 철자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영감을 받아 쓰였다는 점을 부인했다. 그리고 성서를 읽을 때는 그것이 쓰인 시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비판적' 글 읽기를 통해서 우리가 복음서와 다른 책 사이의 모순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스피노자는 주장했다.
17세기에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했으니 유대인 교회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스피노자는 유대인 공동체에서 파문당했다. 가족들도 이단이라는 이유로 그를 돌보지 않았다. 상속권도 박탈됐다. 그는 안경렌즈를 세공하는 일로 먹고 살았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모든 일은 필연"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소피의 세계'에 나오는 스피노자 편의 일부다. 앞서 다룬 '스피노자 편람'이 딱딱한 학술·철학서라면 '소피의 세계'는 소설 양식으로 철학의 역사를 조명한 일종의 '철학자 열전'이다. 고교 철학교사 출신 작가인 저자가 아담과 이브 시대부터 현대철학까지 인물 중심으로 철학의 도도한 흐름을 엮었다.
책은 1991년 노르웨이에서 출간된 이래로 5천만부가 넘게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이번에 나온 건 국내 출간 3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판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산드라 릴로바의 그림이 실렸다. '소피의 세계'는 과학책으로 치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스테디셀러인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책은 쉬우면서도 철학적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학생들이 읽기에 좋을 듯하다.
현암사. 760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