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장항준 감독(56)이 아내 김은희 작가의 응원에 힘입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사활을 걸었다.
2월 4일 개봉하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기억의 밤', '리바운드'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스포츠조선과 만난 장 감독은 "최근 한국영화가 힘들기도 하고, 주변 감독님들도 투자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저도 언제까지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며 "작품 자체가 지금껏 제가 해왔던 작품들과 다른, 규모가 큰 영화라 긴장이 확실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처음으로 사극 장르에 도전했다. 그는 "처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사극이어서 좀 망설여졌다. 사극은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고증 논란과 역사 논란, 제작비도 많이 들어서 많은 감독들이 겁낸다. 제 원래 성격 자체가 남들이 안 할 땐 하고 싶어 하고, 다들 좋아해서 유행이 되면 그걸 또 안 한다. 근데 사극은 다들 안 하시길래,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사진 제공=㈜쇼박스
박지훈과 처음으로 함께 한 작업 과정도 만족스러웠다. 장 감독은 조선 6대 왕 단종 이홍위 역에 박지훈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약한영웅 Class1'에서 보여준 눈빛을 보고 캐스팅을 했다. 분노와 감정이 쫙 깔려있는데, 언제 솟구쳐서 터질지 모르겠더라. 저희가 그리려는 단종은 흔히 알려진 나약하기만 한 인물은 아니었다. 예전 기록을 보면 총명해서, 어렸을 때부터 세종대왕의 신뢰를 받았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왕이었던 사람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다 왕이었고, 엄마와 할머니가 모두 왕비였다"며 "박지훈은 약간 20대 같지 않은 성격이다. 지금도 유명한 대스타이지만, 앞으로 더 큰 대스타가 되더라도 쉽게 안 흔들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앞서 박지훈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위해 15㎏을 감량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장 감독은 "처음엔 다른 사람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체감적으로 영화보다 두 배 정도 큰 사이즈인 사람이 왔다. 살 빼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근육과 지방이 같이 붙어있어서 쉽게 빠질 거 같지 않더라. 왜 이렇게 살이 쪘냐고 물어보니까, 휴가 기간이라고 하더라. 그럼 작품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건지 물어보니, 살을 빼겠다고 하더라. 근데 만나도 만나도 살을 안 빼서, '아 나의 유작이 되겠구나' 싶었다(웃음). 한 세 번째, 네 번째쯤 미팅에서 박지훈이 하기로 결정했다.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을 앉혀두고 계속 설득했다. 박지훈은 작품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기 보단, 너무 큰 역할이라 엄두가 안 났다고 하더라. 끝끝내 하기로 결정하고, 2주 뒤에 살을 완전히 빼고 나타났다. 볼 때마다 쭉쭉 살이 빠져있더라. 그걸 보면서 이 친구는 큰 배우가 되겠구나 싶었다"고 감탄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사진 제공=㈜쇼박스
장 감독은 유해진과 서울예대 선후배 사이로,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를 함께 촬영하며 인연을 맺었다. 그는 "저희 집에서 김은희 씨와 셋이서 자주 놀았다. 그 당시에는 유해진 씨도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사람들이 '아 어디서 봤는데, 국사책에서 봤나?' 싶을 때였다(웃음). 김은희 씨도 작가로 데뷔하기 전이었다. 저희 셋 중에 제가 가장 잘 나갈 때였다. 그 이후로 유해진 씨는 급성장을 하지 않았나. 정말 응원했고, 영화 시상식도 유해진 씨를 응원하기 위해 생중계로 봤다"고 전했다.
이어 캐스팅 과정에서 느꼈던 우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장항준은 "응원하는 사람이 잘 되면 잘 될수록 뭔가 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유해진 씨와 연이 닿아서 다시 작품을 하게 됐잖나. 원래는 사석에서 만나 술 마시고, 통화나 문자를 잠깐씩 주고받는 정도의 사이였다. 작품을 하기로 결정하고 '올빼미'를 연출한 안태진 감독님한테 물어봤다. 안 감독님은 유해진 씨와 '올빼미'도 같이 했지만, 유해진 씨의 출세작 '왕의 남자'의 조감독님이시다. 유해진 씨의 옛날과 지금의 모습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근데 안 감독님이 유해진 씨에게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 저 역시 그랬다. 작업하는 내내 너무 고마웠다. 만약 감독과 배우의 사이가 안 좋으면, 끝나고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헤어진다. 반면 저희는 끝나면 뭐 먹을 거냐고 서로 물어보고,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했다. 현장에서 태도가 정말 훌륭했다. 얼굴은 국사책 찢고 나왔는데, 대본은 태블릿PC로 봐서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제공=㈜쇼박스
시나리오를 읽은 김은희 작가의 반응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장 감독은 "저는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직전에 김은희 씨한테 물어본다. 당시 하겠다 51%, 안 하는 거 49%였는데, 김은희 씨가 이번 작품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했다"고 말했다.
시사회에서 김은희 작가가 영화를 관람했는지 묻자, 장 감독은 "(시사회에) 안 오면 되게 이상하지 않겠나"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이렇게 또 좋은 친구이자, 내편이 있을까 싶더라. 어떨 때는 부모님보다 더 내 편 같았다. 이번 영화를 보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맨날 밖에 나가서 자기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럼 저는 '네 이야기를 해야 팔려'라고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