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호퍼스'가 제작진의 장인 정신이 깃든 빛나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지난 4일 개봉한 '호퍼스'는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담는 '호핑' 기술을 통해 로봇 비버가 된 소녀 '메이블'이 놀라움 가득한 동물 세계에 잠입해 예상치 못한 모험을 펼치는 픽사의 상상력이 가득한 애니멀 어드벤처로, 다니엘 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는 작품의 출발점이 동물 다큐멘터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시다가 연구진이 동물 로봇을 만들어 야생을 관찰하는 장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다고 하더라. 여기에 '미션 임파서블' 같은 액션 장르를 결합시켜 영화를 만들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셨다"며 "아무래도 픽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작업 과정에 대해선 "감독님 방에서 라이팅 팀, 스토리 팀이 모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아무 그림이나 그렸다"며 "예시로 몇 백장을 그리는데, 스토리 팀 아티스트들이 그린 그림까지 포함하면 거의 수천 장에 달한다. 그중 98%는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수많은 아이디어 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에 '호퍼스'만의 고유한 색깔이 더 인상적으로 남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는 "스토리 팀과 영화 대본을 바탕으로 스토리보드를 그린다. 쉽게 말해 스토리보드는 그림으로 시각화해 놓은 촬영 계획표로, 집을 짓기 전의 건축 설계도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를 여덟번 씩 보면서 스토리를 다듬고 아이디어도 골라낸다"며 "아이디어와 캐릭터가 잘 맞지 않으면 과감히 잘라내는 과정을 3~4년 동안 반복했다. 잘 맞는 아이디어는 프로덕션 단계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제작이 시작된다"고 덧붙였다.
학창 시절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며 직접 작품을 만들었던 경험도 전했다.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는 "학교에 다닐 때 '할머니'라는 작품을 만든 적이 있다. 할머니와의 추억과 한국의 역사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고, 필름 영화제에도 출품했었다"며 "외국에 나오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프랑스 영화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외국 작품들이 더 좋아 보였는데, 막상 해외에서 지내다 보니 한국 전통에 대한 관심과 한국적인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는 어린 시절부터 감독의 꿈을 품어왔다고 밝혔다. 그는 "애니메이션 필름을 직접 만들었고, 2014년에는 웰시코기가 등장하는 4분짜리 좀비 영화도 만들었다"며 "어찌 보면 저도 다니엘 총 감독님과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 픽사에 맨 처음 들어왔을 때 참여한 작품이 '호퍼스'였고, 5년 동안 작업하면서 주로 동물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저에게 맞는 경험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감독 역할을 맡게 되면 재미는 있겠지만,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다"며 "다니엘 총 감독님의 머리 색이 바뀌는 걸 곁에서 보았다(웃음). 그럼에도 재미있으니까 계속 영화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진 제공=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편 박스오피스 모조 따르면 '호퍼스'는 북미 개봉 첫 주말 4600만 달러(약 687억 7460만 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무려 8800만 달러(약 1315억 4240만 원)의 흥행 수익을 거두었다.
특히 이번 성적은 2017년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코코' 이후 픽사 오리지널 작품 중 최고 오프닝 흥행 기록이자 국내에서 724만 관객을 동원한 '엘리멘탈'의 북미 오프닝 수치를 뛰어넘는 성과다.
이에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는 "아직 영화가 개봉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미래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웃음). 대신 극 중에 나오는 동물 캐릭터들이 귀여워서 인형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걸로 안다. 영화도 영화이지만, 캐릭터 상품으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사랑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존 코디 김 스토리 슈퍼바이저는 "영화가 잘 되면 당연히 '호퍼스' 시즌2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AI(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조성연 라이팅 아티스트는 "AI가 발전하고 있어서 걱정도 많고 두려움도 큰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픽사는 테크닉 애니메이션 분야의 선두 주자인 만큼 AI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회사들은 사람의 동작을 촬영하거나 모션 캡처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지만, 저희는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손으로 직접 그려 작업한다"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