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지현 기자]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 별점 4점을 준 뒤 각종 의혹과 악성 댓글이 쏟아지자 직접 장문의 해명에 나섰다.
이동진은 지난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또 씁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애써 외면하고 싶어도 이게 제가 사는 세상이고, 앞만 바라보려고 해도 이게 제가 선택한 직업"이라며 "아무리 피곤하고 지겨워도 쓰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입을 열었다.
앞서 이동진은 지난 19일 블로그를 통해 '호프'에 별점 5점 만점 중 4점을 부여하고 "기괴한 난장판 속에서 대담하게 질주하는, 영화 전체가 거대한 크레센도"라는 한줄평을 남겼다. 이후 일부 누리꾼들은 이동진이 나홍진 감독과의 친분이나 감독의 이름값, 한국 영화계의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동진은 먼저 나홍진 감독과의 친분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나홍진 감독과 친분이 없다"며 "'곡성'과 '호프' 관련 공적인 자리에서 인터뷰하거나 GV를 하면서 본 게 전부다. 이제껏 커피 한 잔 나눈 적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나홍진 감독이니까 그 이름값 때문에 높게 평가한 게 아니냐고들 하지만, '호프'에 대한 제 호평은 감독이 누구인지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동진은 나홍진 감독의 첫 작품 '추격자'와 두 번째 작품 '황해' 역시 높게 평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나홍진 감독은 언제부터 이름값이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유명 감독이나 영화계 인맥을 의식해 평가한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 '원더랜드', '베테랑2', '외계+인', '변산' 등을 거론하며 "이름값이나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해 평을 했다면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온 감독들의 영화에 대해 제가 그렇게 평가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에 대해서는 "창작자로 매우 높게 평가하고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 중 한 분이라고 본다"면서도 "나홍진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영화가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영화를 계속 만들었기 때문에 창작자인 그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계와 극장업계의 위기를 고려해 '호프'에 후한 점수를 줬다는 주장도 반박했다. 이동진은 자신 역시 한국 영화계가 다시 관객들의 성원을 받고 극장업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면서도 "그건 한 영화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는 "제 앞에 놓인 영화 한 편, 한 편의 평가는 언제나 한국 영화계 전체의 사정보다 중요하다"며 "제 평가 때문에 누군가가 더욱 힘든 상황이 된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제가 본 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게 궁극적으로 영화계를 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영화라서 별 반 개를 더 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국적에 따라 평가 기준을 달리한다는 의혹도 일축했다.
이동진은 지난 10년간 별점 5점을 준 한국 영화는 세 편뿐이지만, 외국 영화에는 매년 2∼4편씩 만점을 줬다고 설명하면서 "아무리 말을 해도 그냥 그렇게 보고 싶어서 줄기차게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호프' GV와 언택트톡 진행을 위해 작품을 호평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동진은 규모가 있는 대중영화 GV의 경우 사례비를 받지만 블록버스터나 대작이라고 해서 금액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올해 약 20편의 언택트톡 요청을 받았지만 대부분 응하지 못했고, 실제 GV를 진행한 작품 역시 두 편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V를 하기 때문에 '호프'를 호평한 게 아니다. 인과관계가 반대"라며 "그 영화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그 영화의 GV를 맡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건강과 컨디션 문제로 영화계 인사들과 사적으로 어울리는 일도 거의 없었다며 이른바 '사회생활'을 위해 눈치를 봤다는 주장도 부인했다.
그렇다면 왜 '호프'를 높게 평가했느냐는 질문에는 단순하고 분명하게 답했다. 이동진은 "'호프'가 뛰어나고 좋기 때문"이라며 "단점들이 있음에도 이를 상쇄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장점들이 있는, 매력 넘치고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이 별점과 한줄평뿐 아니라 47분 분량의 영상, GV, 언택트톡 등을 통해 작품을 높게 평가한 이유를 충분히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도 이유를 굳이 모르겠다고 한다면, 당신이 싫어하는 영화를 제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듣기 싫을 뿐"이라며 "영화 한 편을 보고 왜 그렇게까지 조롱하거나 화를 내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이동진은 영화에 대한 평가에는 절대적인 객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신도 밝혔다. 그는 "'호프'가 훌륭하다는 것은 저의 의견이고, 형편없는 영화라는 것은 당신의 의견"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특정 의견에 쏠린다고 해서 그 의견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이 항상 더 나은 의견인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론가든 관객이든 영화와 예술에 대한 평가에 객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각자의 영화관과 세계관뿐 아니라 이제껏 살아온 삶 전체를 끌어와 한 편의 영화를 본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동진은 "의견은 충분히 다를 수 있고, 다른 의견들끼리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며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 경험을 확장할 수 있고, 그렇게 예술은 풍성해지고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배경인 호포항을 언급해 "결국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고, 이게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이 세상은 아직 호포항이 아니니까"라는 말로 장문의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지난 15일 개봉한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을 배경으로, 정체불명의 존재와 마주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호프'는 개봉 첫날 33만명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는가 하면, 개봉 3일 만에 100만을 돌파, 역시 올해 가장 빠른 속도도 100만을 돌파한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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