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돈세탁도 코인으로…감시망엔 구멍 숭숭

기사입력 2025-10-15 17:14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거래소·환전소 통해 해외로 손쉽게…BIS, 스테이블코인 위험 경고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가상자산이 캄보디아 범죄 수익 세탁 수단으로 악용된 것으로 전해져 관련 규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등 디지털 자산 저변 확대가 논의되는 가운데 범죄 예방을 위한 시스템 정비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검거된 캄보디아 기반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조직은 범죄 수익 세탁을 위해 가상자산을 이용했다.

국내 조직 폭력배를 동원, 피해자가 송금한 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약 10%의 수수료를 떼고 캄보디아 현지로 보내도록 하는 수법이었다.

이들이 세탁한 자금 규모는 작년 12월 한 달 동안만 180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구경찰청은 지난 7월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 약 44억원을 가상자산으로 세탁해 해외로 송금한 조직을 검거하기도 했다.

대규모 범죄 수익을 은행 계좌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계정으로 이체한 뒤 가상자산으로 바꿔 해외 거래소로 전송했다가 덜미가 잡혔다.

이런 수법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다.

해외 블록체인 분석회사 엘립틱(Elliptic)은 최근 보고서에서 "많은 지역에서 고객 확인(KYC) 의무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상태로 남아있다"며 "사기범들이 가상자산 환전기(ATM)의 익명성을 악용해 자금 세탁 등을 손쉽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상자산 관련 사기 행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범죄자들이 합법적인 거래소(VASP)를 악용해 자금 세탁을 시도, 준법 전문가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런 자금 세탁에는 테더(USDT) 등 달러 가치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정책국장은 지난 8월 세계경제학자대회 발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범죄, 사기, 자금세탁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22년부터 스테이블코인 매개 범죄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다른 가상자산 범죄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그 비중이 약 63%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자금 이동 규모에 비해 당국의 감시망이 미비해 의심 거래를 모두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국내 5대 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간 가상자산 규모가 124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국내로 123조5천억원이 들어와 순유출이 크지는 않지만, 일부 돈세탁이나 탈세 목적 송금을 걸러내기에 전체 자금 이동이 워낙 대규모인 상황이다.

거래소 대신 고액 수수료를 받는 사설 환전소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원화를 외화로 바꾸듯이 가상자산으로 바꿔 개인 지갑으로 보내면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더 쉬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포통장으로 입금받은 돈을 사설 환전소에서 가상자산으로 바꾸고, 이를 해외 개인 지갑으로 직접 송금하면 사실상 적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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