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일본 사상 첫 피겨 페어 금메달을 획득한 기하라 류이치(33)의 사연이 재조명받고 있다.
미우라 리쿠(24)-기하라조는 17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페어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점인 158.13점을 기록, 총점 231.24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일본 피겨가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건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하뉴 유즈루가 남자 싱글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후 8년만으로, 페어 종목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 팀을 결성한 미우라-기하라조는 이번 대회 단체전 은메달, 개인전 금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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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기하라는 연기를 마치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의 어려운 사정은 '절친' 이오카 유스케(34)의 인터뷰에 의해 알려졌다. 일본 나고야의 아이스링크 '코와 미나토 스포츠 & 컬처'를 운영하는 이오카는 기하라가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아이스링크의 신발 대여 코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기하라-스자키 미우조는 평창 대회에서 21위에 그쳤다.
이이오카에 따르면, 기하라는 신발 대여 코너에서 티켓을 받고, 신발을 나눠주고, 아이스링크 안전요원 역할을 했다. 인근 숙박 시설에서 야근 근무도 했다. 이오카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하라는 어린아이들의 눈을 마주치려고 몸을 굽힐 줄 아는, 사려 깊은 청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2019년 봄 스즈키 미우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해외 활동을 중단한 채 일본으로 돌아와 아르바이트와 훈련을 병행했다. 이오카는 "기하라는 소통 능력이 뛰어난 친구였다. 친근하고 사소한 대화로도 사람들과 잘 어울렸다. 함께 일하는 게 정말 즐거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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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모습 뒤엔 스케이트 선수로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품고 있었다. 신발 대여점에서 일하던 이오카는 기하라가 불쑥 '또래들은 다 직업이 있는데, 난 스케이트만 탔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난 7월, 일하던 아이스 링크에서 현 파트너인 미우라와의 오디션이 열렸다. 기하라는 이오카에게 '벌써 좋은 호흡을 맞춘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기하라는 2022년 베이징대회에서 7위를 차지하며 메달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로부터 4년 뒤 노력 끝에 고대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택에서 TV로 시청한 이오카는 "과거 파트너와의 헤어짐과 새로운 콤비의 결성 과정을 아는 사람으로서, 기하라가 금메달을 따내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두 선수 모두 부상없이 경기를 펼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라고 말했다.
일본 스포츠매체 '스포니치'에 따르면, 기하라는 올림픽의 꿈을 키운 '코와 미나토 스포츠 & 컬처'에서 올림픽 기념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