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한국시각)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올림픽 3연속 메달'을 놓친 직후 정재원(강원도청)이 한 말이다. 이날 마지막 종목인 남녀 매스스타트에서 정재원(5위), 박지우(강원도청·14위)의 메달이 불발되며 대한민국 빙속의 24년 만에 '노메달' 악몽은 현실이 됐다.
1992년 알베르빌올림픽 김윤만 빙속 1000m 사상 첫 은메달. 사진제공=대한체육회
2006년 토리노올림픽 이강석 동메달 사진=스포츠조선 DB
2010년 밴쿠버 금메달 삼총사 이승훈-이상화-모태범 사진=스포츠조선 DB
빙속여제 이상화 2014년 소치 500m 금메달 2연패 사진=스포츠조선 DB
이상화 2018년 평창 500m 은메달 사진=스포츠조선 DB
깁보름 2018년 평창 매스스타트 은메달 사진=스포츠조선 DB
2018 평창올림픽 팀추월 은메달 사진=스포츠조선 DB
차민규 베이징올림픽 남자 빙속 500m 은메달 사진=스포츠조선 DB
한국 빙속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남자 1000m 김윤만(현 진천선수촌 훈련지원본부장) 은메달 이후 2006년 토리노 이강석의 동메달부터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5대회 연속 메달 위업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 여자 500·1000m 이나현(10위·9위) 김민선(14위·18위) 남자 500m 김준호(12위), 500-1000m 구경민(15위·10위) 모두 메달권과 거리가 멀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남녀 매스스타트에서마저 '노메달'로 마무리됐다.
1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500m에서 김준호가 아쉬워하고 있다.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5/
12일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밀라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가 열렸다. 레이스를 마친 구경민.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2/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밀라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전 경기가 열렸다. 결승전 5위를 기록한 정재원.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22/
스피드 스케이팅의 체력에 쇼트트랙의 몸싸움, 코너링이 결합된 매스스타트는 2018년 평창에서 '철인' 이승훈이 금메달, 김보름이 은메달을 획득한 후 대한민국이 메달을 놓친 적 없는 효자종목이다. 2022년 베이징선 정재원, 이승훈이 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4연속 올림픽 메달 행진을 이어온 '철인' 이승훈이 대표 선발전서 탈락하며 밀라노행이 무산됐다. 정재원이 고군분투했지만 레이스 전략에서 메달과는 거리가 있었다. 정재원은 "(이)승훈이형과 올림픽, 월드컵에서 생각을 공유하며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에 대해 노하우를 얻고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당연하게 느꼈던 승훈이형의 존재가 큰 대회에서 나타났다"며 아쉬워 했다.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밀라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가 열렸다. 힘차게 질주하는 박지우.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22/
1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밀라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가 열렸다. 결승선을 통과한 김민선.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16/
'2010년 밴쿠버 금메달 삼총사'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스토리는 이제 흘러간 과거의 영광이 됐다. 이승훈, 차민규, 김민석 등 베이징 메달리스트들도 모두 떠났다. 24년 만의 노메달은 충격이지만 '준비에 실패해 실패를 준비한' 당연한 결과다. 소위 평창의 '약발'은 끝났다. 롯데의 설상 종목 지원에서 보듯 엘리트 스포츠에 투자 없는 결실은 없다. 회장사 삼성이 손을 떼면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선수 발굴, 지원, 세대교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어른들의 파벌 싸움, 자리 다툼, 정치 개입, 외압과 내홍에 얼룩진 결과는 2026년 밀라노 빙판에서 그 난맥상을 드러냈다. 2018년 평창 이후 미래를 위한 발전적 장기 계획은 전무했다. 평창, 베이징을 버텨준 에이스들의 경기력도 한계치에 달했다. 김준호, 정재원, 김민선, 박지우 등 '베테랑' 4명이 3번째 올림픽에 도전했지만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준결선에 출전한 조승민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2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에서 밀라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준결선 경기가 열렸다. 10위로 탈락한 임리원. 밀라노(이탈리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6.02.22/
최악의 위기다. 이대로는 다음 올림픽도 어렵다. 이수경 회장의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이제 10년 후를 바라봐야 한다. 이번 올림픽 선수단장으로 나선 피겨선수 출신 이 회장은 선수들에게 진심이다. 쇄신 의지도 강력하다. 위기는 기회다. 당장 2030년 알프스올림픽이 아닌 2034년, 2038년을 내다보고 10년의 장기플랜을 수립할 때다. 주니어, 상비군 제도를 재정비하고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월드클래스' 실력파 선배 지도자들을 적극 영입해 그들의 노하우가 대표팀에 녹아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대회 타국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메달리스트들이 이상화, 안현수, 황대헌 등의 영상을 돌려보며 훈련했다는 코멘트를 할 만큼 우리는 세계 정상급 기술 보유국이다. 한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젊고 능력 있는 빙속 레전드들이 기꺼이 현장으로 돌아와 후배들을 이끌 수 있는 처우 및 환경을 만드는 것도 행정의 몫이다. 첫 올림픽 '톱10'으로 가능성을 입증한 이나현, '올림픽 첫 도전' 임리원, 구경민, 조승민 등에 대한 맞춤형 투자도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24년 만의 최대 위기 앞에 빙상인 모두 하나로 뭉칠 때다. 평창 이후 '막장 드라마'같은 갈등과 반목에 국민적 피로감이 컸다. 선수가 있어야 지도자도, 협회도 존재한다.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공동의 목표 앞에서 선수들은 과거의 상처를 내려놓고 프로답게 서로의 등을 밀어줄 줄 안다. 지도자, 협회 집행부, 빙상인 모두가 이젠 오직 선수만 바라보고 헌신해야 한다. 빙속 올림픽 노메달의 참상은 결국 어른답지 못했던 어른들의 책임이다. 전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