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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뱀의 해다. 뱀은 다리가 없지만 빠르고 위협적이다. 힘의 원동력은 강한 허리힘이다.
일선 축구 행정 현장에서 마주하는 직원들의 푸념이다. 이들 개인적인 면면은 화려하다. 축구에 대한 열정은 넘친다. 서포터 출신들도 많다. 능력도 뛰어나다. 축구학을 전공한 이들도 있다. 축구 행정을 배우기 위해 빚을 내 유학도 다녀왔다. 미래가 보장된 대기업을 뿌리치고 들어온 이들도 많다. 모두들 축구 사랑 때문에 축구 현장을 업으로 삼았다. '일부 팬들의 욕지거리'도 달게 받는다. 축구 발전을 위한 자양분으로 생각한다. 열정과 능력으로 무장한 이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딱 하나다. K-리그를 뒤덮고 있는 '낙하산 공습'이다.
낙하산은 득보다 실이 많다. 낙하산 인사들의 유일한 장점은 구단의 돈줄을 쥐고 있는 오너 혹은 시장·도지사와의 핫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돈이 필요할 때는 효과적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K-리그 구단들의 자생력을 좀먹는다. 홀로 살아갈 이유가 없다. 어짜피 큰 돈은 낙하산들이 짊어지고 내려온다. 이들 인사의 비위만 맞추어주면 된다.
이들은 좌충우돌할 때가 많다. 기업이나 정치는 잘알지 몰라도 축구단의 생리는 모른다. 축구단만의 특수성도 모르고 뭔가 해보려고 하다가 '사고'만 치는 경우가 많다. 어떤 구단은 오너 측근 인사가 온 뒤 지역 연고지 밀착 활동 예산을 삭감했다. 승리 지상주의로 돌아섰다. 또 어떤 구단에서는 낙하산 사장이 자가 사람을 무리하게 기용하려다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피해는 구단이 볼 수 밖에 없다.
가장 큰 폐해는 낙하산 인사들을 보면서 직원들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한 패배감'이다. 열심히 해서 승진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사무국장 자리가 마지노선이다. 운이 좋아 단장으로 가더라도 좌불안석이다. 언제 위에서 낙하산이 떨어질 지 몰라 불안하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을 잃어간다. 단순히 자기 한 자리만의 보신을 바라는 문화가 팽배해질 수도 있다.
이제는 바꾸어야 한다. K-리그도 30세다. 성숙했다. 이제는 축구 행정 전문가를 키워내야 한다. 기업구단을 가진 오너나 시도민구단을 맡고 있는 시장·도지사들은 색안경을 벗기를 바란다. 쓸데없는 인사란에 도장을 찍지 말았으면 한다. 측근에 대한 '인심'이 '인사'를 망친다. 축구단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들은 능력도 뛰어나다.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축구 행정 전문가가 많을수록 더욱 건강하고 재미있는 리그가 된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