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홍명보 자선경기 '하나은행과 함께하는 셰어 더 드림 풋볼 매치 2012'가 열렸다. 올해로 10년 째를 맞이하는 홍명보 자선경기 수익금은 소아암 어린이들과 소년소녀가장들을 돕는데 사용된다. 이범영이 유니폼을 갈아입으며 근육을 자랑하고 있다. 잠실=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책임감있는 자리에 올라서게 되면 그만큼의 중압감으로 인해 성장하고, 결국 그 자리에 부합되는 인물로 거듭나게 된다는 의미다.
프로축구 부산의 골키퍼 이범영(24)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다. 프로 6년차가 되는 이범영은 매사에 신중하다. 1989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다. 선배들보다 오히려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골키퍼란 특수 포지션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단다. 이범영은 "직업(골키퍼)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골키퍼는 결코 가벼울 수없는 포지션이다. 실점을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무게감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무게감을 갖기 위해선 생활이 몸에 베어야 된다"고 밝혔다.
신갈고 2학년 시절부터 '애늙은이'가 됐다. 골키퍼란 포지션에 대한 책임감을 일찌감치 깨우쳤다. 이범영은 당시 3학년 형들과 함께 경기에 나섰다. 어느 날, 어린 자신때문에 경기에서 패하니 형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이범영은 "그 당시부터 '내가 형들같이 행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골키퍼는 수비가 아무리 형들이라도 지시를 해야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범영은 2005년 신갈고 시절부터 한국축구를 이끌 차세대 수문장으로 주목받았다. 1m94, 90kg의 출중한 신체조건을 앞세워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경기 운영 능력에서 기복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범영이 '노력파'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범영은 "이번 휴식 때도 공부를 많이 했다. 지난해 내가 뛴 리그 12경기와 올림픽경기에 대한 분석 비디오를 만들어 단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판단력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승부차기에는 무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5일 영국과의 런던올림픽 8강전에서 후반 부상을 당한 정성룡(수원)을 대신해 교체출전, 승부차기에서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의 슛을 막아내며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이범영은 "페널티킥이나 FA컵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면 올림픽 때의 선방이 생각날 것이다. 무엇보다 상대 선수들이 두려움을 갖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범영은 '뱀띠 스타'다. 계사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선 주전 도약이 우선과제다. 기회도 찾아왔다. 지난시즌 신들린 선방을 펼쳤던 전상욱의 이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범영은 "올림픽에서 배워왔던 것들을 살려 리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됐다. 올시즌은 나도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직 이뤄야 할 것들이 많다. 그 중 하나가 한국인 최초 골키퍼 출신 빅리거가 되는 것이다. 이범영은 "지금은 한 단계 발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K-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병역에 대한 걸림돌이 없어졌다.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해외 빅리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