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PR(퀸즈파크레인저스)의 박지성(32)이 선발로 그라운드에 섰다. 지난해 10월22일(이하 한국시각) 에버턴전(1대1 무) 이후 2개월 반 만에 잡은 선발 출전 기회였다. 무대는 6일 웨스트브로미치와의 FA컵 64강전(1대1 무)이었다.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박지성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휘저었다. 특유의 폭슌은 움직임이 돋보였다. 상대 선수들은 파울말고 박지성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박지성은 수차례 파울을 유도해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다.
박지성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것만으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최근 박지성은 두 달여 동안 무릎 부상에 시달렸다. 자주 고장이 났던 부위는 오른무릎이 아닌 왼무릎이었다.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시기가 잦고, 악화되고 있는 무릎으로 인해 현역 은퇴도 염두하고 있다'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나돌았다. 루머는 루머일 뿐이었다. 박지성은 3일 첼시전(1대0 승)에서 예열을 마쳤다. 3분의 후반 추가시간만 소화했지만, 건재함을 알렸다. 완벽한 회복에 알린 쐐기포는 웨스트브로미치전에서 쏘아올렸다.
해리 레드냅 감독이 구상한 핵심 멤버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날 레드냅 감독은 챔피언십(2부 리그) 입스위치타운에서 임대 생활을 마치고 복귀한 DJ 캠벨을 비롯해 제이미 막키, 에스테반 그라네로, 아델 타랍 등 베스트멤버를 모두 가동시켰다. 레드냅 감독은 첼시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숀 라이트-필립스 대신 박지성을 택했다. 입지에 대한 불안감을 단숨에 지워버렸다. 박지성은 지난해 11월25일 맨유전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3경기에서 교체 요원으로 출전했다.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희비가 엇갈렸다. 주장 완장을 빼앗겼다. 부주장 라이언 넬슨도 아닌 클린트 힐이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박지성은 올시즌 마크 휴즈 전 감독에게 주장직을 부여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성적 부진과 맞물려 맹비난을 받았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경기력으로, 밖에서는 리더십이 지적 대상이었다. 그러나 모든 문제는 박지성만의 잘못이 아니었다. 팀 자체가 총체적 난국이었다. 휴즈 감독이 영입한 새 얼굴들과 기존 선수들이 좀처럼 융화되지 않았다. 물과 기름이었다. 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도 현격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주장은 바꾸지 않는다. 박지성은 최근 주장에 대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부상에 시달려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재활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완벽한 몸 상태로 복귀한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지 못했다는 것은 자존심이 구겨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나마 위안이 됐던 것은 영국 언론의 평가였다. 유럽 축구 전문 매체인 골닷컴으로부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됐다. 골닷컴은 '박지성이 특유의 성실한 플레이를 펼치며 부상에서 복귀했다. 부지런함과 끈질김을 보여줬다. 경기 내내 전투적으로 임했다. 그라네로가 교체된 후에는 경기장을 더욱 넓게 휘저으며 깊이있는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결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