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홈에서 3부 리그 팀에 2-4로 무너지는 수모를 겪었던 레드납 감독은 이번 맨시티전에서 전혀 다른 선수들을 기용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당시 선발로 내세운 그린, 박지성, 파비우, 그라네로 등을 직접 거론해가면서까지 분노의 기색을 드러냈는데, 그 중 몇몇은 이번 경기에서도 또 한 번 선발 출장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아무래도 그동안 애정을 보여온 마키를 비롯 SWP과 같은 측면 자원들의 부상 탓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경기 양상은 '맨시티 공격-QPR 수비 및 역습' 패턴의 반복. QPR이 뒤로 물러나 볼을 쉽게 점유할 수 있었던 맨시티는 최대 70% 이상의 점유율까지 보였는데, 문제는 볼 점유의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못한 것이었다. 우선 그동안 야야 투레의 공백을 어느 정도는 메워왔던 베리-밀너 조합의 패스가 그다지 위협적이질 못했고, 여기에 공격진의 무딘 플레이까지 겹쳤다. 세밀함이 부족해 합이 맞지 않는 데다 폼도 상당히 처지자, 중앙에서 나오곤 했던 실바의 패스 템포를 살려 QPR 골문까지 접근하는 데 힘이 부칠 수밖에 없었다. 변화를 꾀하기 위해 투입된 제코, 싱클레어도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
이런 맨시티라고 해도 최하위 QPR엔 손쉬운 상대가 아니었을 터, 리그 2위를 달리는 팀을 상대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골문을 걸어잠궜던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고별전을 치른 넬슨을 주축으로 한 수비진은 견고한 편이었으며, 세자르는 베리와 실바의 슈팅을 연이어 막아내며 오늘도 QPR 최고의 공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레미를 영입한 공격진에 살아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어줄 수 있는 무실점 수비력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중하다. 다만, 이젠 이기는 경기도 보여줘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강팀을 상대로한 승점 1점은 감사할 일이지 몰라도, 중-중하위권과의 대결은 무승부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격적인 부분을 언급할 때, 이번 맨시티전에서 가장 큰 아쉬움을 남겼던 건 그라네로였다.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한 FA컵 일정에 주로 기용된 이 선수는 타랍이 측면으로 빠진 덕분에 지난 주말 혹평에도 또 한 번 기회를 잡았는데, 이번에도 그의 어필은 강력하지 못했다. 베리-밀너와 맞붙은 '상대적'인 경기력에선 고전할수 있었다. 실제로도 그들과 몸을 맞대기보다는 아랫 선으로 밀려나는 장면이 빈번했다. 다만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라네로만이 갖고 있는 '절대적'인 경기력, 즉 안정된 키핑과 정확한 전진 패스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컸는데, 아무래도 부상 복귀 후 덜 오른 실전 감각의 문제가 크지 않았나 싶다.
그라네로가 버텨주지 못한 중원에선 타랍이 그 역할을 분담해야 했는데, 이 선수도 가끔 직접 돌파를 통해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지만 결정적 한방을 날리지는 못했다. 지난 웨스트햄전에서도 보았듯, QPR이 득점을 하려면 최전방 레미가 베리-밀너 라인과 경합할 게 아니라, 레스콧-가르시아의 최종 수비 라인을 따라 움직이면서 뒷공간으로 돌아들어가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수비적 역할에 치중한 파비우 외 1.5선에 머문 그라네로와 타랍의 역할이 절실한 셈, 이 부분에서 최소한의 시도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느냐의 여부가 QPR의 강등 여부와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여름, 맨유맨 박지성이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피어난 QPR에 대한 관심은 윤석영의 합류로 극대화됐다. 잎사귀 하나에 "강등된다", 또 다른 하나에 "강등되지 않는다."를 반복해가며 그들의 미래를 점쳐보고 싶을 만큼 이 팀의 운명은 대한민국 축구 팬들에 큰 관심사가 됐다. 그 속에서 첼시를 시작으로 WBA-토트넘-웨스트햄-WBA(재경기)-MK돈스를 거쳐 맨시티로 끝나는 1월 일정에서 2승 4무 1패를 거뒀고, 1패마저도 강등-생존의 갈림길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결과다. 이렇게 꾸역꾸역 쌓아가는 승점이 마지막까지 QPR을 지탱해주는 지지대가 될 것임이 분명, 이번 주말 노리치전에선 승점 3점에 대한 욕심을 조금 더 낼 때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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