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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지기다. 항상 붙어 다녔다. 이심전심이었다. 취향까지 비슷하다. 수 많은 신발 중에 똑같은 디자인을 골랐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10년 만에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10년만에 재회, 친구를 '꼬셨다'
전지훈련 기간동안 룸메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근호는 "너무 같이 붙어다녀서 뛰어놓겠다고 하더라. 룸메이트가 안됐다"고 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별로 안친하다"고 했던 이들은 오히려 친분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우리 둘만 운동화도 같은 걸로 신는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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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분을 확인한 뒤 10년 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났다. 가장 기억이 남는 순간을 얘기해달라고 했다. 백종환의 머릿속에는 2003년 전국체전 결승전이 있었다. 당시 이근호 백종환 하대성(서울) 김승용(울산)이 주축이던 부평고는 고교 무대를 평정했었다. 백종환은 "그때는 우승을 많이 해서 정말 기분 좋게 축구를 했다. 뭘 해도 재미가 있을 때였다. 결승에서 우승을 한 뒤 곧 졸업이라, 동기들끼리 기억에 남는 퍼포먼스를 하기로 했다. 유니폼 안에 각각 맡은 글자를 적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였다. 우승 뒤 일렬로 서서 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친구의 얘기를 듣고 있던 이근호가 "난 아니다"라면서 발끈했다. "그때 난 잘 못했어. 대성이가 잘했었지." 축구를 잘 못했기 때문에 좋은 기억이 아니었단다. 같은 추억 속 다른 느낌이었다.
이근호는 기억에 남는 한 순간을 꼽아달라고 하자 머뭇거렸다. 입은 근질근질했지만 차마 언론에 공개하지 못할 '일탈'에 관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둘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리고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이에 백종환이 "우린 참 바르게 살았다"라고 운을 떼자 이근호가 "우린 일탈이 없었지"라며 맞받아쳤다.
프로에서의 추억도 털어놨다. 처음 동기생들과 적으로 만났을 때의 얘기다. 백종환은 "친구들하고 경기장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경기가 끝나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전화로 수다를 떨었다. 우리팀이 졌어도 친구가 골을 넣으면 축하를 해줬다. 프로는 승부의 세계지만 친구들과 함께 뛰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이근호는 "경기 결과가 어떻든 경기 전부터 서로 유니폼을 바꿔 입을 생각만 했다. 경기 전부터 그 생각 뿐이었다. 친구들과 유니폼을 많이 바꿔 입었다"고 했다.
우승 다짐
올시즌 상주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며 K-리그(2부리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여건이 좋은 만큼 이근호와 백종환도 고등학교 시절처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꿈을 꾸고 있었다. 올시즌 K-리그 우승 뒤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한다면 또 다른 그림이 펼쳐 질 수 있다. 하대성 김승용 등 동기생들과의 맞대결이다. 백종환은 "상주 멤버만 보면 어느 프로팀과 붙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신병들이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리는게 관건일 것 같다. 그것만 된다면 K-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K-리그 클래식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호는 "올해 상주에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 K-리그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 무조건 우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종환이랑 같이 경기를 뛰면서 좋은 결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친구끼리 의기투합했다. 이근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다려서 10년 만에 만났다. 나는 공격수고 너는 미드필더니깐 나한테 좋은 패스를 많이 해줘라. 너는 어시스트, 나는 득점하자." 친구가 답했다. "근호야. 내가 택배 크로스로 도와줄께."
제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