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분요드코르 원정에서 포항이 얻은 것은 단지 승점 1점 만이 아니다. 지난 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렸던 대전 시티즌과의 경기에서 황선홍 감독이 득점에 성공한 조찬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
|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 원정에 나서는 포항 스틸러스와 황선홍 감독을 바라보는 시각은 회의적이었다.
황 감독은 분요드코르 원정에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 17명의 명단 중 주전급 선수는 노병준 이명주 신진호 김대호 뿐이었다. 배천석 이광훈 문창진 김승대 등 포항이 키운 재능들도 버티고 있었지만, 이들은 주로 백업 역할에 충실했던 선수들이다. 귀국 하루 뒤인 17일 수원 삼성과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3라운드를 병행하기 위해서는 로테이션 카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무게감은 분요드코르전보다 수원전 쪽에 쏠려 있다는 느낌이 들 만했다. 일각에서는 '황 감독이 리그에 좀 더 집중하겠다는 포석을 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분요드코르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선방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지난해 분요드코르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포항이 모두 패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충분히 걱정을 할 만한 상황이었다.
분요드코르 원정에 나선 17명의 선수들에겐 부담 그 자체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K-리거라면 한 번쯤 출전을 꿈꿔보는 무대다. 백업 신분에서 급기야 중요한 원정 경기의 선봉에 나선다는 것은 큰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황 감독은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운동장에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는 2군이란 없다. (분요드코르 원정에 나선) 이들이 베스트11이다. 충분히 이들도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 데리고 왔다." 거듭되는 의혹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황 감독은 "결과를 걱정할 뿐이다. 원정은 어렵지만 누가 출전하는게 어려운게 아니다. 우리나 분요드코르 모두 승리 가능성은 반반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을 믿고 원정에 따라 나선 어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분요드코르 원정에 동행했던 미드필더 신진호는 황 감독의 발언을 전해듣고 구단 관계자에게 '오케이 꼭 이길께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선수단 내에 황 감독의 긍정 바이러스가 퍼졌음은 두 말 할 나위 없었다.
포항은 절반의 가능성을 뛰어 넘었다. 13일(한국시각) 타슈켄트의 자르 스타디움에서 가진 분요드코르와의 ACL G조 2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 17분 선제골을 내주면서 흔들렸으나, 후반 15분과 21분 이명주, 이광훈이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승부를 뒤집었다. 경기 종료 40초 전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으나, 일방적인 열세 속에 어려운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올 시즌 클래식 두 경기서 출전하지 못했던 중앙 수비수 정홍연과 백업 골키퍼 김다솔, 황 감독이 히든카드로 점찍었던 이광훈과 배천석 모두 제 몫을 다 했다. 무엇보다 끈끈한 팀 결속력이라는 수확을 얻은게 최대 성과다. 황 감독은 경기 후 "어린 선수들이지만 충분히 원했던 것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줬다"며 "여러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으나 우리 선수들을 전적으로 믿었다. 당당히 패기있게 경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포항을 짊어갈 이 선수들이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황 감독과 선수들 모두 분요드코르 원정은 승부 그 이상의 것을 얻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