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김신욱(25·울산)은 탈아시아급 헤딩력을 장착했다. K-리그 클래식을 뛰어넘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그의 제공권 능력은 놀라웠다. 큰 키(1m96)를 이용해 상대 선수보다 한 타점 위에서 날리는 헤딩 슛과 패스에 대적할 자가 보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헤딩을 잘하고 싶다"던 꿈을 이룬 듯했다.
하지만 클럽월드컵은 김신욱에게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겨준 무대였다. 아시아권에서 통하던 자신만의 장점이 세계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악몽'은 계속됐다. 지난 26일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2대1 승)에서도 부진했다. 중동 클럽 선수들과의 제공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던 그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날 손흥민(함부르크)의 천금같은 역전골로 한국축구는 '환희'를 맛봤지만, 김신욱은 웃지 못했다. 자신의 역할, 즉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골을 넣지 못한 미안함에 괴로워했다. 팬들은 "김신욱이 기용되면서 '뻥 축구'가 되살아났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김신욱에겐 31일 강원전(3대0)이 중요했다. 팬들의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오직 '골'이었다. 김신욱은 카타르전에서 드러난 자신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리고 강원전에 빠르게 적용시켰다. 클래식에선 통했다. 강원 수비수들을 '눈 뜬 장님'으로 만들었다.
전반 16분 결승골을 폭발시켰다. 17일 전남전(1대0 승)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결승골이었다. 김신욱은 "공중볼은 클래식이 더 힘들다. 공격이 강하고 거친 선수들이 많다. 그래도 팀 동료들이 편하게 잘 맞춰줘 헤딩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에서는 공중볼 등 아직 많은 숙제가 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로서 공중볼을 더 따내고 골도 많이 넣어야 한다. 대표팀에서 선발로 나서 골을 못 넣어 죄송했다.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에 다른 생각 안하고 강원전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올시즌 파트너가 바뀌었다. 김신욱은 지난 시즌 이근호와 함께 '빅 앤드 스몰'을 구성했다. 이번 시즌에는 '15억원의 사나이' 한상운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 김신욱은 한상운과 두 경기 연속 골을 합작했다. 김신욱은 "이날 골은 일명 '주워먹기 골'이다. 상운이 형이 완벽하게 도움을 줬다. 전성기를 되찾은 상운이 형이 울산에 시너지 효과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올시즌 목표를 재수정했다. '해외 진출'에 앞서 '클래식 최고의 스트라이커 되기'를 꼽았다. 김신욱은 "이번 시즌 전에는 유럽행 꿈이 강했다. 그 생각을 접게 해준 것이 김호곤 감독의 믿음과 사랑이었다. 올시즌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그러나 프로답게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해야 한다. 더 많은 골을 넣야 한다. 클래식에서 완벽한 경기를 하고 해외 진출을 노릴 것이다. 그 전에 클래식에서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되는 것으로 목표를 재설정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김신욱은 제공권을 비롯해 위치 선정, 볼 컨트골, 스크린 플레이가 좋아지고 있다. 한 마디로 정교해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