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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지 않을 오늘을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자신을 미워하고 기억하라고. 지난날의 과오를 씻기엔 너무나 부족한 것임을 잘 알지만 지금 흘리는 거짓 없는 땀방울이 조금이라도 속죄하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후회했지만 그땐 이미 늦었어요. 축구계와 가족, 지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충격에 한동안 두문불출하며 멍하니 살았죠. 평생 축구만 하고 살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 자신에게 큰 실망을 했어요.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서 느낀 세상의 따뜻함을 통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됐어요. 그리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속죄의 기회를 기다리며 스스로 끊임없이 채찍질을 했어요."
"감독님과 동료들이 허물없이 편하게 대해 주지만 내 존재로 인해 팀에 손해를 끼칠까봐 아직도 걱정돼요. 저의 그릇된 선택으로 상처를 받은 팬들에게도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럴수록 속죄하는 마음으로 뛰고 또 뛰고 있어요. 고향팀 제주에서 속죄의 기회를 얻고 그라운드에서 다시 팬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고맙습니다."
오주현은 어렵사리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징계기간 동안 개인 훈련을 게을리하지않은 그는 제주 합류 후에도 구슬땀을 흘렸다.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는 휴식을 줄 때도 개인 운동에 힘썼다. 현역시절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던 박경훈 감독은 자신과 포지션을 같은 오주현의 재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 결과 오주현은 3라운드 대전 원정(1대1 무)에서 교체 출전한 데 이어 4라운드 부산과의 홈 경기에서는 선발 출전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지 몰랐습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제가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퇴장을 당한 곳이라서 좋은 추억이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제게 가장 소중한 곳이 됐어요. 저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비난과 야유도 달게 받겠습니다. 축구를 다시 할 수 있게 된 지금 이 순간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입니다."
한편 제주와 오주현은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제주는 부정 방지 활동 교육을 연 4회(연맹 주관 2회, 구단 자체 2회) 실시하고 지난 8일 선수, 코칭 스탭, 임직원 등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부정 방지 서약서를 작성했다. 또한 부정 방지 포스터 게시, 암행 감찰관 제도 운영, 1대1 면담, 클린센터 및 Hot Line 운영, 신고 포상 및 자진 신고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오주현은 자신의 과오와 경험에 기반하여 승부조작 근절 도우미를 자처했다.
"혹시 승부조작의 유혹을 받고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승부조작은 본인뿐만 아니라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평생 상처를 안겨준다고. 더 이상 저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활동이나 행사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저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축구는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많은 배려와 도움으로 다시 기회를 얻은 만큼 다시 잃지 않고 타의 모범이 되도록 그라운드에서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