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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
1999년 5월 바이에른 뮌헨과의 UCL 결승전.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인저리타임, 맨유는 2골을 몰아넣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러한 대역전극이 퍼거슨의 팀에서 자주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퍼거슨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지기 싫어 한다. 자서전 '열정의 화신'에 따르면 퍼거슨은 현역 은퇴후 에버딘에서 술집을 운영할 때도, 카드나 퀴즈를 할때도 항상 최고를 고집했다. 축구와 관련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헤어 드라이기'는 그의 승부욕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때 퍼거슨은 라커룸에서 부진한 선수를 향해 헤어드라이어와 같은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붓는다. 이는 바로 방심한 스타 선수들에게 승부욕을 불어넣으며 선수단 전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팀보다 더 큰 선수는 없다
베컴, 스탐, 판 니스텔로이 등 스타 선수조차 퍼거슨의 철학 앞에 쓸쓸히 맨유 유니폼을 벗었다. 퍼거슨은 최고의 팀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휘두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냉정할 정도다. 휴즈나 인스처럼 젊은 선수들로 팀을 리빌딩하기 위해, 베컴이나 킨처럼 팀워크를 저해시키는 경우 퍼거슨은 가차없이 칼을 꺼낸다. 팀전력에 당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퍼거슨은 과감히 자신의 결정을 밀어붙인다. 이로 인해 맨유에서는 끈끈한 팀워크와 끊임없는 경쟁 구도가 유지된다. 맨유의 전설 찰튼은 맨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맨유 구단의 모든 이들이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바로 퍼거슨의 통제 하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클럽 내부의 모두는 퍼거슨이라는 이름 하에 통합된다"고 설명했다.
열정, 그리고 워크홀릭
긱스는 13세가 되던 해부터 퍼거슨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긱스는 "퍼거슨은 스스로 선수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언제나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해서 가장 늦게 떠난다. 당연히 선수들도 이를 배울 수 밖에 없다. 퍼거슨은 자신의 역할을 즐긴다.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즐기고, 자신의 일과 관련한 모든 걸 사랑한다. 그는 유럽 원정 경기를 갔다가 새벽 4시에 집에 돌아와도 다음 날 오전 8시에 가장 먼저 훈련장에 도착해 있다. 그리고 그날 밤 TV를 보고 있으면 퍼거슨은 어느새 멀쩡하게 런던으로 넘어가 있다. 정말 불가사의하다"며 감탄했다. 72세가 된 퍼거슨은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처리한다. 하루 24시간 중 14시간을 구단에서 일하는 것은 그를 설명하는 유명한 일화다.
언론을 지배하라
뉴캐슬팬들은 지금도 1995~1996시즌을 잊지 못한다. 뉴캐슬은 2위 맨유에 승점 12점 앞서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그러자 퍼거슨은 "다른 팀들이 뉴캐슬을 상대할 때면 대충 뛰는 경향이 있다"며 당시 키건 감독을 자극했고, 이에 키건은 "맨유를 이기고 말겠다. 반드시!"라며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드는 등 과민반응을 보였다. 그 후 키건은 지나치게 과감한 전술을 구사하다 자멸했고, 결국 맨유에 4점차로 역전 우승을 내줬다. 키건은 맨유에 역전을 허용하자 인터뷰 도중 눈물까지 흘렸다. 퍼거슨은 그 누구보다도 언론 플레이를 잘 한다. 상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능구렁이같은 퍼거슨에게 자신감을 빼앗기기 일수고, 심판 역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퍼거슨의 눈치를 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